[박종면칼럼]빗방울 전주곡, 평창 프렐류드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국장 | 2007.07.09 12:36
여름 휴가철입니다. 휴가 계획은 세우셨습니까.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처에 있는 마요르카 섬은 햇볕을 그리워하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휴양지입니다. 1년 내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가 유지됩니다.

세계 유명 휴양지에 자체 리조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 휴양 전문업체 클럽메드가 처음으로 알쿠아디아라는 빌리지를 만든 곳이 이곳 마요르카 섬입니다.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남쪽 풍경
마요르카는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선생이 교향악단을 만들어 상임지휘자로 10년 이상 활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세계적 휴양지이다 보니 마요르카 섬에서는 종종 스캔들이 일어납니다. 몇년 전 독일에서는 국방장관이 군용기를 타고 애인을 만나기 위해 마요르카 섬으로 갔다가 사임 위기에 몰린 적이 있습니다.
 
마요르카 섬에서 일어난 세기의 스캔들은 170여년 전 피아니스트 프레데릭 쇼팽과 남장을 한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 간에 일어난 사건일 것입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파리 사교계를 주름잡던 젊은 매력남 쇼팽과 이미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던 미모의 소설가 상드는 리스트와 그의 연인 마리다구 백작부인의 소개로 만난 후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의 쑥덕거림이 그들의 사랑에는 장애물이었습니다. 게다가 쇼팽은 심한 천식을 앓고 있었습니다. 병을 고치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랑을 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마요르카입니다.
 
작곡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출판사로부터 2000프랑을 미리 받고, 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 어느 겨울날 상드와 그녀의 어린 두 아이까지 데리고 쇼팽은 공기 좋고 따뜻한 마요르카 섬으로 사랑여행을 떠납니다.
 
쇼팽과 상드는 4개월 정도 마요르카 섬에서 지내지만 두 사람의 사랑여행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마요르카 섬에 도착한 그해 겨울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자주 왔습니다. 거처하는 집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사를 세 번이나 해야 했습니다.
 

쇼팽은 건강이 오히려 더 악화됐고 아이들 문제로 상드와 자주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창작열은 식지 않았습니다. 불후의 작품이 마요르카 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 대표작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외출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연인 상드를 애타게 기다리며 작곡했다는 '빗방울 전주곡'이 들어있는 저 유명한 '프렐류드'(Preludes·전주곡집)입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듣기



마요르카의 추억이 담긴 전주곡이 스스로의 운명을 암시라도 하듯이 쇼팽은 인생의 전반부에 불과한 서른아홉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합니다. 이미 오래 전에 헤어진 상드는 장례식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쇼팽의 인생도, 쇼팽의 음악도, 상드와의 사랑도 본론 없는 전주곡으로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본론 없는 전주곡,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도 이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4년 전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후 곧바로 조직을 정비해 2014년 대회 유치를 준비했지만 또다시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그동안 쏟아부은 수고와 고생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미완의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주곡 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마치 본곡 없이 전주곡만 있는 쇼팽의 프렐류드가 시작에서 끝맺음까지 완벽한 체계를 갖춘 그 어떤 오페라나 심포니보다 더 아름다운 것처럼 말입니다.
 
실패가 있는 미완성은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미완의 실패는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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