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우물안 개구리들의 싸움

윤미경 기자 | 2007.07.09 08:45

비좁은 국내시장에서 벌이는 이통사들의 혈투.."모두 패자"

'포화상태'라는 말이 무색하다. 연초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 이동전화 순증가입자 증가현상은 2007년 반환점인 6월까지 가라앉을 줄 모르고 이어졌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4231만9822명으로 집계됐다. 6월 한달새 무려 53만6658명이 늘었다. 월별 가입자 수치가 53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 2004년 4월 이후 3년 2개월만에 처음이다.

올들어 월평균 30만명이 넘는 순증가입자가 꾸준히 유지됐고, 3~5월 번호이동 고객만 월 100만명이 넘었다고 하니, 시장의 과열정도가 어느 정도 심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야말로 이통시장은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혈투의 연속이었다.

'혈투'의 댓가는 늘 참담하다. KTF는 1분기 실적악화를 드러내며 주가가 추락했다. 고속영상이동전화(HSDPA) 'SHOW'에 지나치게 '올인'한 결과였다. 2분기 실적 역시 '1분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KTF와 '혈투'를 벌였던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1분기보다 못한 2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불과 1년전까지 '블루오션'을 외쳤던 업체들이 또 다시 '레드오션'에서 소모적인 경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을 보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 한정된 시장에서 가입자를 서로 많이 움켜잡겠다고 싸우는 것이, 우물안 개구리들끼리 싸우는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영국의 보다폰이나 독일의 T모바일은 '우물'을 벗어나 이미 글로벌 영토확장을 시작한지 오래다. 호주의 텔레포니나 싱가포르의 싱텔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자국내 가입자 규모의 10배가 넘는 가입자를 해외에서 확보하고 있다. 자국내 가입자들로도 넘쳐날 것같은 중국 이통사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달에 30만~50만명 정도의 순증가입자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제살을 깎아먹고 있는 사이, 해외 글로벌 통신업체들은 이미 우물을 벗어나 넓은 벌판으로 뜀박질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누가 승리할지는 불보듯 뻔하다. 세계를 향한 'CDMA 신화' 'IT코리아'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고 말 것이다.


KTF가 만년 2위의 설움을 벗기 위해 3세대 HSDPA 'SHOW'를 앞세워 SK텔레콤을 따라잡겠다고 나선지도 4개월째다. 가시적 성과는 있었다. 4개월만에 100만 가입자 고지를 눈앞에 남겨놓고 있으니, 적어도 이 시점에서 '3G 시장'의 승자는 KTF다.
KTF 입장에선 자축할만한 결과겠지만, 전체 이동전화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2G와 다른 3G의 차별성을 각인시키는데 실패했고,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로 요금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전으로 인한 상처가 컸다.

일본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NTT의 사장은 얼마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핵심 비즈니스 이외의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매출이 880억달러에 달하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 통신사도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우리는 우물안에서 '2G와 3G'를 놓고 치고박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 전세계 통신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국의 우물에서 벗어나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은 물론이고, 통신서비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뛰고 있다.

'난타'가 국내 흥행 성공에 만족했다면 세계적인 '난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애니콜'이 국내 이동전화 시장만 타깃으로 개발했다면 세계적인 '애니콜'로 주목받았을까. '두바이'가 자연환경을 탓하며 제자리에 머물렀다면 오늘날 상상력의 도시 '두바이'가 됐을까.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몸집이 커진 개구리들이 살기엔 우물이 너무 좁다. 개구리가 살아남으려면 우물을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이통사들도 더 늦기 전에 소모적인 경쟁을 중단하고 생존을 위해 글로벌 영토확장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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