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원 남 주고도 200억원 번 사나이

이경숙,황국상 기자 | 2007.07.09 11:33

[당당한부자2007]20여년간 15억원 기부한 개미투자자 표형식씨

↑표형식씨ⓒ홍봉진 인턴기자

가난이 뭘까. 한자로 가난할 '빈(貧)'은 나눌 분(分)과 조개 패(貝)를 합친 글자다. 조개, 즉 재물을 나누면 가난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눠주고 나눠줬는데도 200억원대 주식 부자가 된 사나이가 있다. 전업투자자 표형식(53)씨. 그가 평생 남에게 나눠준 재물은 45억여원에 이른다.

"45억원을 남 줬다고 하면 오해 받을 소지가 있어요. 고아원, 양로원, 장학금으로 기부한 돈은 아마 15억원쯤 될 겁니다. 나머지는 형편 어려운 친구들한테 빌려줬다가 못 받은 돈이에요."

당신이 30여억원을 떼였다면 또다시 누군가에게 돈을 꿔주고 싶겠는가?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 일겠는가?

그는 지금도 이웃을 돕는다. 200억원대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 전부를 매년 꼬박꼬박 기부한다. 지난 3월엔 일성신약 주식 2500주를 자신의 모교인 서울 중동고와 아들의 모교인 연세대, 자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했다.

따로 장학회도 세웠다. 그가 2005년 출연한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참사랑장학회'는 34명의 학생들한테 매년 5000여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소액주주들과 함께 한국천사운동중앙본부와 제휴해 소외계층의 자립자활을 돕기 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중순, 그는 일성신약 주총에서 만난 소액주주들과 함께 1억7500만원을 모아 초, 중, 고교 3곳의 학교발전기금으로 1억5000만원을, 나머지는 천사운동본부에 전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슈퍼개미', '주주운동하는 개인투자자'로 잘 알려진 그다. 그런데도 그의 선행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기자들한테 자신의 삶보다는 소액주주 운동에 대해서만 말하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는 한사코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알리려고 한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조금씩 한 일인데 합쳐놓으니 너무 많아 보여서 오해를 일으킬 것 같다"고 했다.

여러 번의 전화 통화와 대면, 이메일 요청 끝에, 그가 자신이 '나누고도 부자가 된 사연'을 들려줬다. '슈퍼개미'가 아니라 '인간 표형식'의 삶을.

◇중소기업 임원에서 노점상인으로


195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사반나패션에서 총괄 담당 임원을 지내기까지 40여년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도 기부하고 봉사하긴 했지만 나머지 일상에서 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1남1녀의 아버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어느 날 문득,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그가 회사를 그만 두고 전업투자자로 변신한 것은 1994년. 그로부터 2년 남짓, '꽤 쏠쏠하게' 돈을 벌었다.

돈을 벌자 다가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친구나 선후배들이 돈이 필요하다며 손을 내밀었다. 어려운 처지의 지인들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그는 후하게 돈과 주식을 꿔줬다.

1997년 외환위기, 화수분 같던 증시가 반토막이 났다. 그가 돈을 빌려줬던 친구, 선후배들과는 연락이 끊겼다.

그해 어느 날, 그리 친분이 깊지 않았던 사회 선배가 그를 찾아와 돈을 꿔달라고 했다. 그때 그가 가진 돈은 전부 합해 300여만원. 마지막생활비였다. 거짓말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솔직히 고백했다. 이 돈이 전부라고.

"'그 돈이라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난감했죠. 그런데 오죽하면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나를 찾아왔을까 싶더라고요. 내게는 그저 돈이지만 이 선배에게는 어쩌면 '목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전부와 다름 없던 300만원을 꿔줬다. 결과는? 1주일 후에 갚겠다고 약속했던 그 선배는 연락 없이 사라졌다. 주식 부자였던 그는 거리로 나가 "모자 2개에 5000원"을 외치며 노점상 일을 시작했다.

◇"주여,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1998년 하반기, 그는 노점상 해서 모은 돈과 지인들이 일부 갚은 돈을 종잣돈 삼아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 주식시장에선 종잣돈이라고 말하기에도 어려운 '푼돈'이었다. 어려운 때였다. 그래도 가족은 그를 믿어줬다.

어느 날 새벽, 그는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그러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노라고.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들과 더불어 살도록 하겠노라고.

얼마 후,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한 고등학교 선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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