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로 풀어본 입시혼란 해법

머니투데이 이백규 산업부장 | 2007.07.03 12:43

대학총장 vs 대통령, 누구 말이 맞나- "2세를 글로벌 전사로.."

한 재계 인사는 대학총장이나 학장을 만날 때마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 일 잘합니까"라는 인사말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아직까지 단 1명도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출한 학생들이 부족한 구석은 없는지, 기업에서 아쉬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함직한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매년 수십명에서 기백명의 졸업생을 뽑아주니 대학 입장에선 회사가 훌륭한 고객일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인재의 힘이었다. '잘살아보세'라는 일념으로 학생 땐 밤낮으로 공부하고 사회에 나와선 성공을 위해 조직 일이 마치 자기 일인 양 했다. 공부와 일에 올인하지 않고 경쟁에서 낙오하면 돌아오는 것은 빈곤과 그에 따른 생활의 불편함이기에 배수의 진을 치고 일에 매진했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국내시장이든 해외시장이든 밀리면 끝장이니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우리 사회를 선진국 문턱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어느 집이나 먹고 살 만해졌고 부모들은 여유로워졌으며 가정엔 부가 쌓였다. 공부든 일이든 기를 쓰고 안해도 큰 욕심 안내면 물려받는 재산에 그런저런 직업으로 평안히 살 수 있는 사회가 됐다. 각 가정에 부가 축적된 사회가 사실 선진국이기도 하다.

그러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걸맞고 나아가 4만달러를 이뤄낼 수 있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인재양성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일찍이 50∼60년 전 선진국에 진입한 미국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경쟁과 차등'의 교육시스템, 사회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학교든 사회든 인간의 핵심적 본능인 경쟁을 맘껏 펼치게 하고 경쟁의 승자에겐 파격적인 권한과 재물이 돌아가게 했다.

그래서 MS 구글 창업자 같은 인재들이 속출하고 웬만한 재벌기업의 당기순익과 맞먹는 2000억원, 3000억원의 연봉을 받는 30대, 40대 CEO, 펀드매니저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교육과 사회의 동인이 헝그리정신에서 '경쟁시스템'으로 옮겨가는 점이지대에 있는 듯하다.

미국은 이와 함께 학교교육을 실용주의로 대전환했다. 기업의 MBA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대학에선 기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있는 인재들을 양성했다. 초·중·고에선 보통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지식과 교양, 예·체능을 근간으로 한다.


하지만 대학이든 고교든 이른바 상위 우수집단엔 그들만의 피나는 경쟁메커니즘이 작동하게 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아가는 방도를 열어놓은 것이다. 경쟁에서 밀린 사람, 약자들에 대한 배려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이는 다른 차원에서 도모돼야 한다.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 한테 잘 보여라. 사회 나온 다음에는 아마 그 '공부벌레' 밑에서 일하게 될지 모른다." 빌 게이츠가 한 고교 졸업식에서 한 충고는 이런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하나 더, 우리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조영이나 광개토왕 시대처럼, 박정희 시대처럼 실력있는 글로벌 전사들이 많아질 때 나라는 강해지고 부유해진다.

우리 2세들의 경쟁상대는 서울대, 연고대가 아니라 하버드, 스탠퍼드여야 한다.

중국 베이징대, 인도 공대(IIT) 학생들은 우리가 얼마 전 그랬듯 가난의 강을 뒤로하고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서울대, 카이스트를 따라잡고 있고 미국·영국 학생들은 경쟁과 자율 속에서 펄펄 날고 있다.

공부 잘하는 소수냐 그렇지 못한 다수냐, 평등이냐 차등이냐, 표를 겨냥한 인기영합이냐 먼 미래를 그리는 백년대계냐…. 대학과 언론, 대통령과 정부가 각기 편이 돼서 한판 세게 붙었다. 이명박-박근혜-손학규도 붙었다.

선진국의 꿈은 후보검증이나 후보 대통합, 대규모 토목공사 현장에서가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꾸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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