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일보후퇴'… 빙하기 생존전략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7.07.02 13:55

증권가, '시장 구조조정 용인+미래 승부사업 주력' 긍정평가

"겨울은 추워야 한다. 병충해가 죽어야 이듬해 농사가 잘 된다."

"단기 '빙하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장이 어설프게 좋아지면 모든 생물(반도체업체)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장기 '빙하기'를 맞이할 것이다."

현재 반도체 시장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는 말들이다. 인류가 빙하기를 거쳐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났듯 공급과잉, 수요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업계에도 '긍정적인 솎아내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배승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일 "만약 (일부에서 긍정적으로 예상하듯)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좋아지면 오히려 2009년 이후 더욱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구조조정 시기를 반드시 겪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해 '단기 보수론, 장기 긍정론'이 필요하다며 2, 3년 이후의 반도체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애널리스트는 또 "반도체산업은 기술적 차별화에 따른 부침과 엇갈림이 많다"며 "구조조정 시기에 몇몇 (하위)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시 말해 지금이 시장 구조조정의 시기(타이밍)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지난 1990년대 물량전략을 적절히 펼쳐 2002, 2003년 대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때 어려워졌던 업체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황창규 사장은 이와 관련 최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오히려 한단계 뛰어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2001년 반도체 가격이 폭락했을 때 우린 뼈를 깎는 노력과 고민을 거듭하면서 조용히 기술개발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가 주력 제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판단, 시장을 선점한 결과 2002~2004년 동안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비록 드러내놓고 얘기하고 있진 않지만 시장 구조조정을 용인 또는 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를 통해 공급과잉 국면을 벗어나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것. 이와 맞물려 윈도비스타, 애플의 아이폰 등은 수요 확대를 주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 사장이 최근 시장 기대와는 다른 '엇박자 전망'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황 사장은 "최근 조금 오른 D램 가격을 두고 바닥을 확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구조조정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장의 카드를 마련하고 있다. 황 사장은 "P램과 바이오칩, 반도체 신물질 개발 등을 신수종 사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원낸드ㆍ원D램ㆍ플렉스원낸드 등 퓨전메모리로 신수요를 창출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황 사장이 말했듯) 2000, 2001년 반도체 거품(버블)이 깨졌을 때 낸드플래시 시장이 D램 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었다"며 "(삼성전자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육성하고 있는) P램, 퓨전메모리 등이 시장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긍정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제품이 다양해지면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문제는 그 '속도'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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