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저신용자용 대출公社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 2007.06.15 15:09
 대출이라는 금융상품은 참으로 독특하다. 같은 상품이라도 사람에 따라 값을 차별해서 다르게 매기니까 말이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상장기업이냐 비상장기업이냐 등등 직장이 어떠냐에 따라서도 차별하고 소득 높낮이에 따라서도 차별한다.

직장이나 소득이 뚜렷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대출을 사절할 것이다. 소매점에서 팔리는 일반물품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는다. 할인점에서 동일한 상품을 재벌 회장이라고 해서 싸게 팔고, 직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비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대출은 가린다. 신용도의 이름으로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 정당화돼 있는 것이다. 신용도가 높으면 금리가 낮고 신용도가 낮으면 금리가 높다. 그 원리가 망가지면 금융이 망가지고 경제도 뒤따라 망가지게 돼 있다. 그것이 외환위기의 경험이다.

 문제는 그 프리미엄이란 게 항상 인내 가능한 범위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상태에선 신용도가 한 등급 한 등급 떨어질 때마다 금리가 직선적으로 높아지지 않고 가중적·누적적으로 올라간다. 신용스펙트럼의 맨 마지막, 그러니까 아무런 수단없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견디기 힘든 살인적 금리를 요구받게 된다. 사실상 금리는 무한대나 다름없다. 사회인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금리 영역은 시장영역이 될 수 없고 국책 금융기관이 떠맡아야 하는 게 맞다.

어느 정도 도덕적 해이와 비능률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시장이 모든 곳에 자금을 줄 수 없을 바에야 저신용자용 국책대출公社를 만드는 것이 깔끔하고 나을 것으로 본다. 신용회복 기능을 겸해 예금은 받지 말고 재정자금, 금융기관 갹출금,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해서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부터 보살피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예금기관도 아니고 상업성도 배제되므로 은행법 적용을 받는 은행으로 하기 보다 별도 법에 의한 특수기관으로 하는게 좋을 것으로 본다.


 크기와 범위는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용이 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 있도록 하면 된다. 그 비용 최소화를 위해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부터 최대한 살려야 한다. 현재 개인신용등급을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펼쳤을 때 1∼6등급까지만 대략 은행에서 공급된다. 나머지 7∼10등급은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보험 등 비은행사에서도 외면받아 대부업의 독점적 영역이 되고 있다. 그나마 그 속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불법 대부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조단위로 순익을 내면서 은행의 장사밑천이 두둑한 지금 7등급 이하 사람에게도 문을 열어줄 여건이 됐다고 본다. 대부업 금리를 낮추려면 민간부문과 공적부문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물꼬를 트는 것을 병행해야지 금리만 낮추면 암시장만 키울 뿐이다.

크게 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시장적 배분에 의한 자금흐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감독상의 문제는 있어도 대부업도 일종의 시장적 배분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생각보다 시행착오가 과격하게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 가야할 곳인데도 아예 안가거나 돈이 가더라도 너무 많이 가는 쏠림현상 등이 그것이다.

금융부문의 시장경험이 일천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극복에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아무리 해도 시장실패는 있기 마련이고 그 부분은 공적 영역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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