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명해지는 게 싫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7.06.13 12:25

[사람&경영]'유명해지는 것'의 대가는 자유를 잃는 것

얼마 전 모 라디오 방송국에서 메인 진행자로서 제안을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12사이에 진행을 봐 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주일 내내 내 목소리를 들으며 차를 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 라는 사람의 이름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사인을 해 달라고 하고, 어디가나 명사로 대접을 받고, 정말 멋지고 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과감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제안한 PD가 남들은 로비까지 하면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왜 거절하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멋진 제안이긴 하지만 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요. 그 일을 하면 정말 잘 하는 일조차 못할 것 같네요. 저라는 사람에게 그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조금 아까웠다. 하지만 좋은 결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그 일을 함으로서 얻는 것과 잃을 것이 있을텐데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훨씬 많았다.

강의 요청에 제대로 응할 수 없으니 수입이 줄 것이고, 가끔씩 있는 주중 골프도 할 수 없고, 원할 때 여행도 다닐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유명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유명해지면 유리한 것보다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았다.
 

한 번은 유명 여자 아나운서와 청담동에서 차를 마신 적이 있었다. 몇 달 방송을 같이하면서 알게 된 분이다. 그 분이 사업하는 문제 때문에 상의할 것이 있다 해서 만난 것이다.

그 분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 분을 알아보고 자꾸 쳐다본다. 이상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순간 유명한 그 분이 부럽다기 보다는 참으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이 방송을 그만 두고 사업을 하려는 이유도 자녀 문제 때문이었다. 너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까 학교에서 애가 공부 하는데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너무 싫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한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유명해지는 것이 곧 성공이고,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명해지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광고모델이 될 수도 있고, 출연하는 대가로 돈을 받을 수도 있다. 높은 지명도를 활용해 음식점을 차리면 잘 될 확률도 높다. 확실히 유명해진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것이 유명세이다.
 
유명해지면 우선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동네 삼겹살 집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갈 수도 없다. 목욕탕도 함부로 갈 수 없다. 어딜 가나 수많은 사람들을 의식해야 하고, 그들의 수근덕거림도 각오해야 한다.

똑 같은 음주운전을 해도 "공인이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하고 다녀야 한다. 유명해져서 생기는 많은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무명을 즐기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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