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내일 또 내일

김영권 정보과학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 2007.06.07 12:13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당장 하라

밤 9시쯤 집에 들어가다 보면 길 건너편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밀려 나온다. 새벽부터 야밤까지 이어진 고단한 공부가 이제 끝난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대형 학원버스들이 정문 앞에 도열해 있다가 나오는 학생들을 모조리 낚아채는 것이다. 그 시간에 학원으로 실려간 학생들은 몇시쯤 집에 올까.

중학교 2학년인 아들도 슬금슬금 학교와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게 심상치 않다. 얼마전 시험때는 며칠을 새벽 두세시까지 공부했다는데 모르고 잠든 내가 미안할 정도다. 도대체 무얼 그리 가르칠 게 많기에 학생들을 저리 들볶나.
 
나도 지긋지긋한 입시지옥을 뚫고 지나왔는데 그게 대물림이 돼서 또 아이들을 잡고 있다. 하지만 학창시절 그렇게 공부해서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사실 남은 것은 별로 없다. 기억나는 것은 '신나는 공부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과 그 숨막히는 공부를 피해 감행한 신나는 '딴짓' 몇가지 뿐이다. 그러니 그 때 조금 더 문제아가 되더라도 '딴짓' 몇가지를 더했더라면 나의 학창시절이 조금이나마 더 풍성해졌을텐데….
 
"지금 인문계 고등학교 교실은 대학을 향해 잠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졸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교사들은 아이들 잠 깨우고 수업분위기 조성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는 것입니다.…어떤 때는 잠자고 있는 학생들을 망연히 바라보며 내가 어떤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인터넷에 올린 글(수업시간 잠만 자는 학생에게도 꿈은 자란다)의 한 대목이다. 선생님들도 광적인 입시교육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스친다.
 
돌이켜 보면 학교에서 확실하게 배우고 몸에 익힌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인생은 성적순이고, 숨가쁜 경쟁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루고, 하기 싫은 것을 꾸역꾸역 해내는 능력이다.

그걸 정말로 뼈저리게 배웠기에 우리는 평생 훗날을 기약하며 산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항상 우선이다. 고등학교 때는 어떻게든 대학에 들어간 다음 자유를 만끽하겠다고 꿈꾼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을 위해 자유의 꿈을 접고 또 성적에 매달린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돈 벌고 성공하는 일에 매여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한다. 맹목적으로 일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도 있고, 일 없이는 못살 정도로 일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다.
 
1년에 일에서 풀려나는 기간은 일주일 여름 휴가 단 한차례 뿐인데, 그것도 줄이거나 반납한다. 온전하게 휴가를 쓰는 사람조차 휴가지에서 일을 생각한다. 아니면 맹렬하게 휴가 행사를 치른다. 그러면서 나중에 돈을 벌면 전원에 집을 짓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겠다고 꿈꾼다.

언제나 그 꿈은 내일, 또 내일이다. 설령 전원에 집을 지어도 마음은 그곳에 없을 것이다. 아마 죽을 때도 여한이 많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내일로 미루며 살았으니 하나도 즐긴 게 없는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라.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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