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량신약 천대 "억울해요"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07.06.07 09:27
"개량신약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 등 제약산업의 제도변화가 예고되며 개량신약(수퍼제네릭)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신약의 화학구조나 제형을 변형, 활용도나 효과를 높인 약물을 말한다. 제네릭(복제의약품)보다는 공임이 많이 들지만 치료제가 없던 분야에 혁신적 치료제를 내놓은 것이 아니란 점에서 신약보다는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개량신약이 그 가치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개량신약은 신약에 비해 투자비와 개발기간이 적게 들지만 오리지널 시장이 개척한 시장에 침투할 수 있어 위험부담이 적다.

"개량신약은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의 성장동력이 되고 신약으로 가는 통로가 됩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만 봐도 화이자의 신약을 개량해 블록버스터가 됐습니다." 한 제약산업 관계자의 말이다.

이들은 개량신약에 대해 오리지널의 '동등 이상의 자료'가 요구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약가 등에서 돌아오는 혜택은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종근당의 개량신약 '프리그렐'에 대해 비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비급여(건강보험 대상 제외) 결정을 내린 점이 이런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미국에서는 다른 약물에 사용된 성분을 사용했더라도 새로운 효능이 있으면 신약으로 쳐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에 사용됐던 성분이면 아무리 혁신성이 있어도 신약이 될 수 없습니다. 당장 정의에서 시작해 조세 혜택, 보험약가, 임상기준 등에 합리적인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신약개발 역사는 길어야 20년입니다. 이만큼 성장한 것도 굉장한 겁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신약개발을 안하고 제네릭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비난은 억울합니다. 개량신약, 개량신약 하고 평가절하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데 흥분해서 가능성이 낮은 분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보다는 개량신약에도 지원이 필요합니다."

신약개발이라는 장기적 이상과 개량신약이라는 현실이 서로 끌고 밀어주는 조화. 한국 제약업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꼭 이루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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