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CEO는 어떻게 연설할까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2007.06.05 12:25

[이미지 리더십]스피치에 전략적인 내공을 담아라

'나 구글에 다녀'라는 말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보증서로 통한다. 세계 인터넷 검색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테크놀로지 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구글은 지난 해 미국 MBA 학생들이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를 차지했다.

구글의 성공신화를 이끌고 있는 에릭 슈미트 회장이 며칠 전 한국을 다녀갔다. 서울 디지털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센세이션한 발표를 기대했던 이들은 슈미트 회장의 연설이 '깊이가 모자랐다.' ,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PR에 불과했다.' 며 공연한 언론의 호들갑이었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슈미트 회장의 연설은 분명 전략적인 내공이 엿보인 수작(秀作)이었다. 연설의 내용이나 깊이는 차치하고, 적어도 그 형식과 전달방식면에서는 모범답안에 가까웠다. 특히 몇 가지 사항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한국의 CEO라면 반드시 기억하고 활용해야 할 것들이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연설은 한마디로 '간결하고 쉬운 호감' 을 준다. 단순한 자료에 설명 또한 군더더기없이 간단 명료하다. 짧은 문장에 사용하는 어휘 역시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추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쉽고 대중적인 것들이다.

알아듣기 쉬울 정도의 다소 느린듯한 속도와 또박또박한 발음은 청중에 대한 배려를 느끼게 한다. 사례를 통한 설명방식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돕는다. 감색 수트에 파란색 타이를 맨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모습 또한 세계적인 CEO라는 부담감이나 거리감을 좁혀주는데 한 몫을 했다.

종종 기업 IR이나 컨퍼런스 연사로 나온 CEO들이 화려한 시청각 자료에 부연 설명 없이 전문용어를 쓰는 모습을 보곤 한다. 거침없고 세련된 연설이지만 2% 부족한 그 무언가가 바로 청중에 대한 배려란 생각이 든다. 좀 더 쉬운 말과 표현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야말로 막힘 없이 유려한 말솜씨 이상의 설득력과 호감을 발휘함을 한번쯤 돌이켜볼 생각해 볼 일이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전략적인 내공은 '첫 문장의 정의화, 슬로건화' 에서도 뚜렷이 느껴진다.

'구글이 생각하는 미래는 중앙서버에서 모든 정보가 관리되는 세상', '개인화 광고서비스는 등급별로 구분되는 컨텐츠' 처럼 무엇은 무엇이다 식으로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는 방식의 말하기는 듣는 이에게 뚜렷한 각인효과를 거둘 뿐 더러 이어지는 설명에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결론보다는 원인이나 과정에서 풀어나가는 말하기 방식에 익숙한 우리가 놓치기 쉬운 긴장감을 유지하는 좋은 사례를 본 셈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슈미트 회장은 연설에 '매너를 겸비' 한다. "한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 "구글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 " 전세계 네티즌들이 매일 보는 구글의 로고제작자는 한국인 데니스 황이다." 처럼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찬사를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상대를 먼저 알아주고 예우해 줌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저절로 마음이 열리도록 만드는 것, 바로 강력한 공감대 형성과 호감을 창출하는, 리더십의 언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CEO들이 반드시 갖추었으면 하는 연설 방식 한 가지. 어떠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긍정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슈미트 회장은 '정보독점'이라는 지적을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정보공유'로 재해석해 줄 만큼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예상 공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 한 사람이 백 사람을 이끌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케임브리지대학 입학시험 에세이 문제 가운데 하나다.

짧은 시간의 연설에 많은 것을 담으려하기 보다는 핵심 메시지만을 '간결하고 쉽게, 매너를 갖춰, 여유롭게' 전할 줄 아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연설 속에서 희미하게 그 해답을 본다. '과연 나의 스피치에는 전략적인 내공이 숨어있는가?' 한번쯤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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