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한 간부는 "자사주 매입을 주문하는 그룹의 지시가 최근 계열사들에게 내려왔다"며 "이 같은 지시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등 주요 계열사가 자사주 매입 시기를 앞당기거나 매입액 규모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지난 4월 말 보통주 300만주와 우선주 9만주를 사들이겠다고 밝혔고 삼성중공업도 보통주 1200만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도 소각 목적으로 2600억원대 규모로 주식(보통주 150만주, 우선주 10만주)을 사들였고 삼성증권(이하 보통주 200만주)과 삼성엔지니어링(100만주), 삼성정밀화학(50만주) 등도 자사주 매입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1조8000억원대(보통주 280만주, 우선주 40만주)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금액(예정액 포함)은 2조8000억 ~ 2조9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연이은 자사주 매입이 지주회사 전환 작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간 주식 이동과 가치평가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자사주일 경우 이 같은 작업의 수고가 한층 덜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발표한 한진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도 발표 수개월 전에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계열사의 자사주 매입은 각각의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로 그룹 차원에서 권고를 내릴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근 계열사들이 매입하는 자사주가 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동을 줄만한 물량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현재 특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 검토되고 있는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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