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사이버 마녀사냥

이지호 변호사 | 2007.06.04 12:57
인터넷은 참으로 편리한 존재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을 올릴 수도 있다. 한편으로 인터넷은 참으로 두려운 존재다. 사이버 마녀사냥에 걸리면 누구라도 파멸에 이를 수 있다.

2005년 K군 S양 사건은 사이버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K군과 S양이 사귀다 헤어졌다. S양은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 S양의 유족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추모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K군에 대한 비난의 글과 K군의 사진, 실명, 직장, 야간대, 전화번호 등이 공개됐다. 분노한 네티즌은 K군에 대한 비난의 글과 그의 인적사항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K군과 S양의 이야기를 일부 기자가 기사화했다. 기사의 내용에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가 있었다. 일부 기사에는 S양의 실명 및 사진이 게재됐다. 일부 포털은 이 기사를 네티즌에게 제공했다. 이 기사를 본 네티즌은 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접속했다. 순식간에 K군의 사진, 실명, 직장, 야간대, 전화번호 등이 폭발적으로 유포됐다.

성난 네티즌은 K군에게 "죽이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남겼고, K군의 직장에 전화를 걸어 K군을 해고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항의했다. K군이 다니던 야간대 앞에서는 촛불시위를 했다. K군은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고, 오랜 기간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다.

사이버 마녀사냥의 가장 큰 피해자는 K군이다. 그는 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아마도 K군의 아픔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네티즌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K군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의 일부는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K군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단지 퍼나른 네티즌들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안타까웠던 점은, 이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행위가 명예훼손이 된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만약 인터넷에서 어떤 네티즌이 나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비방하는 글을 복사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증거 확보는 권리구제의 첫걸음이다. 둘째, 신속히 신고를 해 삭제 요구를 해야 한다. 비방글을 방치하는 경우 그 비방글이 순식간에 네티즌 사이에 퍼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이버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당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신고자가 게시판의 운영자에게 비방글을 신고하는 경우, 신고자는 신고화면을 캡처하는 방법 등으로 신고했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좋다. 비방글이 명예훼손 또는 모욕에 해당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게시판 운영자가 부당하게 비방글을 삭제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가 게시판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넷째, 피해자는 비방글을 올린 네티즌에 대해 형사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다섯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명예훼손 성폭력 상담센터'를 이용하면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작성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또는 타인이 작성한 글을 스크랩하는 경우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첫째, 내가 올린 글의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내가 "홍길동은 첩의 자식이다"라는 글을 올렸다고 가정하자. 설령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다만 글의 내용이 진실이고, 글을 올린 이유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 한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홍길동은 첩의 자식이다"라는 글을 내가 직접 작성한 경우뿐 아니라 '타인이 작성한 글'을 내가 스크랩하여 공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타인의 글을 스크랩하여 공개하는 경우에도 그 글에 문제가 없는지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때문에 우리가 매우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인터넷 때문에 내가 사이버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사이버 마녀사냥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가 사이버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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