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드판매 해외펀드로 '쏠림' 극심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7.05.27 15:21

4대銀 해외투자펀드 판매 340% 급증..국내펀드 제자리

"국내 주식시장이 좋으니 펀드판매도 잘 되냐구요? 천만에요. 국내펀드만 주목받던 2005년 하반기 상승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올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요 은행들의 국내투자 펀드 판매액은 제자리 걸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과세 혜택 등 지원책까지 나온 해외투자펀드는 올들어 약 5개월만에 전년말 잔액 대비 300%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자금 공급 위축, 해외펀드 투자로의 '쏠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펀드 판매 잔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3일 현재 국내펀드 판매 잔액(MMF 및 해외투자펀드, 해외재간접펀드 제외, 국민은행은 해외재간접 포함)은 26조9975억원으로 올들어 3881억원(1.4%)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해외재간접펀드가 통계에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4대은행의 국내 펀드 판매 잔액은 사실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전년말 6조8799억원에서 5조6837억원으로 잔액이 1조1962억원(17%) 감소했고, 우리은행은 3조7948억원에서 4조3428억원으로 5480억원(14%), 하나은행은 4조1667억원에서 4조7016억원으로 6496억원(13%) 늘어나는데 그쳤다.

국민은행도 11조7680억원에서 12조2694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국내 자산운용사가 자금을 모아 역외펀드에 재투자하는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를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연말 1434.46에서 1644.56(25일 현재 기준)으로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도 국내펀드 판매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해외펀드로의 쏠림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4대 은행의 해외투자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연말 현재 1조2194억원에 그쳤으나 지난 23일 5조4181억원으로 급증했다. 5개월이 채 못미친 기간 동안 344% 폭증한 것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87억원에서 6052억원으로 32배 수준으로 늘어났고 신한은행이 9341억원에서 3조2964억원으로 264%, 우리은행은 2200억원에서 7203억원으로 227% 급증했다. 하나은행도 466억원에서 6962억원으로 15배 규모로 성장했다.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된 역외펀드도 지난해 연말 5조1392억원에서 올들어 5조8787억원으로 7395억원(14%) 늘어났다. 다만 역외펀드는 최근 비과세 혜택 제외가 확정된 이후에는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 이달 들어서는 1254억원 증가에 그쳤다.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해외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데는 지난해부터 부각된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과세 혜택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점에 대한 우려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가운데 환매 자금들이 해외펀드로 옮겨가고 있다"며 "펀드 만기와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 정부의 지원이 겹치면서 해외펀드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펀드로의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모처럼 급등세를 타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고 '묻지마식' 해외투자가 이뤄질 경우 손실에 대한 리스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급등해 조정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국내 주식들의 PER(주가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장기 투자 가치가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더 커져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없이 많은 해외펀드들 가운데 가장 실적이 좋았던 것들만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며 "자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투자판단시 보다 모두 냉정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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