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크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7.05.25 12:50

[CEO꿈&땀]이화택 효성ITX 대표

'백락일고(伯樂一顧)'. 아무리 명마라도 이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야 세상의 인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몸담은 조직의 크기보다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야 권한이 생기고 뜻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화택(54) 효성ITX 대표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 상사맨

이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동안 고시공부를 하다가 취직해야겠다고 방향을 바꿨습니다. 어느 종합금융사와 종합상사인 효성물산(현 ㈜효성)에 합격했는데,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 상사로 진로를 잡았지요."

그는 장사꾼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기획부서로 발령이 난 거에요. 너무 답답했었죠. 그러다가 1년만에 잡화부서로 가게 됐고 이후 20년간 상사의 영업맨으로 일했지요. 상사맨은 자신의 역량으로 중개거래를 성사시켜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입니다. 저는 제 직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일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파도가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부를 모두 구조조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끌던 기계사업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이 미처 나지 않았습니다."

그룹 고위 경영진에게 브리핑을 해 설득하지 못하면 사업부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열성을 다해 앞으로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경영진에서도 '젊은 사람이 열성이네'라며 인정을 해주셨습니다. 이후 최선을 다해 만년적자 사업부를 3년만에 흑자로 돌릴 수 있었지요."

사업부가 자리를 잡자, 그는 회사에 전배를 요청했다. "임원까지 왔으니 한번 CEO가 되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자면 중공업 같은 큰 계열사에 가서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현준 효성 사장께서 어느날 면담을 하자고 하셨지요."


# 콜센터

조현준 사장은 자신의 숙원이던 콜센터(Call center) 사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함께 해보자고 권유했다. "처음엔 새로 설립하는 것도 검토했었으나, 결국엔 인수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죠. 당시 업계 상위권 업체를 물색하다가 경영이 투명했던 텔레서비스를 2001년 3월 인수, 현재의 사명인 효성 ITX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인수할 당시만 해도 효성ITX는 선두업체가 가진 고객의 절반 수준밖에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주주께서 일본 최고의 업체를 벤치마크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셔서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객확보를 위해 잠재고객을 미리 예측해 섭외하는 '선도 영업'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이같이 전략적인 영업을 통해 효성ITX는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나올 수 있었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콜센터를 맡긴 고객사들에게 수익을 많이 내드려고 했습니다. 또 기존 고객인 통신회사에 더해 금융회사 등 다양한 기업고객을 많이 확보했지요.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 씨티은행 농협 KT KTF 대한통운 롯데닷컴 현대차 등 각 분야별 최고의 기업들이 우리 효성ITX를 통해 고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제라도 매출이 더 큰 그룹 계열사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지 물었다. "예전엔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더 큰 물에서 크게 일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주주께서 저를 믿어 주시고 권한을 크게 위임해주셨습니다. 비록 작은 계열사지만 전문경영인으로서 마음껏 일하기엔 더 좋은 여건을 누리게 된 셈이지요. 회사의 크기보다는 권한과 믿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 '비즈니스 솔루션 제공자'

효성ITX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제 성장·성숙기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리더십이 달라져야 합니다. 조직의 역량과 성숙한 문화가 형성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핵심 인력 15명에게 우리 조직의 공유가치를 만들어보도록 했지요. 물론 저는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든 '동반자 정신' '헌신' '전문가 정신' 등 공유가치를 체질화시키면 우리 조직은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신사업은 잘 모르는 걸 하면 안 됩니다. 콜센터를 통해 고객과 접촉하는 우리의 핵심역량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합니다.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복합기 판매 사업,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 마켓리서치 및 여론조사 등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효성ITX를 국내에서 독보적인 '비즈니스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