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가자! 아시아로, 근데 韓은 좀…'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7.05.23 17:05

[헤지펀드 시대 열린다-下]설립·운용 규제장벽 많아

'가자 아시아로. 근데 한국은 좀...'

헤지펀드의 아시아 상륙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의 펀드오브헤지펀드 투자회사인 세일 어드바이저스(SAIL Advisers)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는 1000개 가량의 헤지펀드가 120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헤지펀드산업은 최근 3년동안 4배 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헤지펀드 시장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국내기관에서도 헤지펀드의 투자기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운용상의 규제로 '어설픈 따라하기'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한국시장이 선전하면서 일부 헤지펀드들이 코스모투자자문 등 국내 공격적인 투자사에 자금을 맡기고 있기는 하지만, 설립상의 제약으로 본격적인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한국이 표방하는 '금융허브'에 도달한 국가로 꼽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미 헤지펀드 유치경쟁에 한창이다.

하루 평균 외환 거래액 세계 4위로 최근 3년간 운용자금이 매년 30%씩 급증하는 싱가포르. 이 곳에서는 소액의 자본금만 있어도 단 6일만에 헤지펀드 설립이 가능하다.

◆헤지펀드, 설립과 운용모두 막혀
현재 국내에서는 자본금 100억원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한 운용사만이 펀드 모집과 설정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주로 비제도권 운용사가 소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설립이 어렵다.

헤지펀드가 고수익을 추구하는 원천인 레버리지(차입)도 불가능하고, 역외설정 헤지펀드에 대한 세금문제도 장벽으로 남아 있다.

강창주 대한투자증권 상무는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헤지펀드의 설립에 관한 진입장벽을 거의 없앴다"며 "다른 조건만 맞으면 200원의 자본금으로도 1주일만에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상무는 "다만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자격요건과, 사후 헤지펀드의 운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반대로 진입장벽은 높고, 투자자들에 대한 규제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운용측면에서도 공매도가 제한돼 있어 헤지펀드의 주된 투자전략인 '롱/숏(Long-Short)'전략을 활용할 수 없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공매도 규제 등으로 인해 헤지펀드의 전략인 롱/숏전략 뿐 아니라 차익거래(아비트리지)전략도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인수합병(M&A)이나 부도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전략 역시 '한 종목 편입비율 10%제한'등으로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이강희 우리CS자산운용 대안투자(AI)팀장은 "국내 펀드 대부분은 시장의 방향성에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나는 천편일률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롱숏펀드등 기존 헤지펀드 전략을 흉내낸 펀드가 있기는 하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허용, 뭐가 달라질까?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최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헤지펀드 활성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헤지펀드를 허용하면 국내에서 헤지펀드 설립이 늘어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헤지펀드의 설립보다는 유통·판매의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은다. 이미 헤지펀드의 70%가 케이만 군도, 브리티시버진아일랜드(BVI) 등 자국이 아닌 역외에 조세피난처에 설립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에 설립할 매력이 마땅히 없다는 이유다.

김재칠 증권연구원 연구원은 "이미 많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며 "헤지펀드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판매쪽에 포커스가 이동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창주 상무는 "단순히 공매도 허용 및 레버리지 제한을 철폐한다고 해서 헤지펀드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간 세금협약 등 전반적인 금융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금문제와 관련, 서정두 알리안츠자산운용 대안·해외투자운용본부 이사는 "헤지펀드 수익에 대한 세금을 법인세 형태로 펀드회사에 부과하지 않고, 소득세 형태로 투자자에게 부과할 경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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