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되는 '산업스파이' 대책 시급

머니투데이 이구순 기자 | 2007.05.20 09:22

15조 와이브로 기술유출 기도 적발…범죄예방 어려워

우리나라의 첨단산업 기술을 해외로 유출해 국부를 빼돌리려는 산업스파이 시도가 잇따르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서는 전화나 이메일등의 통신 감청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어 범죄 예방이나 적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제영)는 20일 와이브로(휴대인터넷) 핵심 기술을 미국의 동종 업체로 유출하려 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포스데이타의 전·현직 연구원 7명을 적발, 이 가운데 현직 연구원 황모씨(45) 등 연구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이 미국업체로 유출될 뻔한 아찔한 시건이었다. 검찰은 이 기술이 유출됐으면 손실액이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 이번 사건을 'IT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 유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와이브로 기술은 다행히 해당 업체와 검찰이 면밀한 초기 공조수사를 통해 막을 수 있었지만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산업스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산업스파이 수법은 고도화, 감청조차 안돼 범죄 예방 어려워

검찰이 밝힌 와이브로 기술 유출 기도는 그야말로 지능적인 수법이 동원됐다. 피고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회사나 국내 업체의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해외에 서버를 둔 이메일과 인터넷폰을 이용해 자료를 교환하고 서로 연락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서버가 없으면 통신내용을 감청하고 수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산업스파이 범죄가 이렇게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통신 감청 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 검찰은 "기술유출 범죄가 야기하는 국부유출의 규모나 쉽지 않은 적발 가능성을 감안한 때 기술유출 범죄야말로 그 어느 범죄보다 감청의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차세대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는 '리니지 3'의 핵심기술 유출 시도를 발견하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기술유출 사건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 유출 사건을 사전에 적발하고 수사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 관련업계 핵심기술인력 단속 '잰걸음'

이번에 적발된 와이브로 기술유출 피고인들은 미국에 인쿼드런이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유출한 기술을 재가공해 회사를 M&A 하는 방법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단순히 기술을 유출해 외국 회사에 팔려던 수법보다 한단계 발전된 것.

피고인들은 P사의 연구인력 28명을 설립해 놓은 회사로 스카우트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관련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IT 기업들은 자사 연구인력 중에서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거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없는지 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K사는 관련부서 직원이 올 2월 경 특별한 사유없이 퇴사한 사실을 확인, 이번 사건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해외로 뺏길뻔한 와이브로, 차세대 주력 통신수단

'와이브로'는 시속 60㎞의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았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이제 막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 이후 새로운 시장을 열 미래핵심기술인 것.

세계적으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고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 세계 처음으로 KT와 SK텔레콤이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스프린트를 비롯해 세계 25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도입을 검토중이다.

이번에 기술유출이 적발된 P사와 삼성전자등이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브로를 도입하려는 세계 여러나라들은 우리나라에서 관련 장비를 구매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세계 통신표준화 기구에서는 국산 와이브로 기술 특허가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P사의 와이브로 핵심기술이 미국 기업으로 유출됐다면 국산 기술의 특허권이 세계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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