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하나로는 '양치기 소년'?

윤미경 기자 | 2007.05.14 08:29

또 M&A설..소문에 주가만 급등 부작용 우려

하나로텔레콤 인수합병(M&A)설이 9개월만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9월 M&A설이 나돌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국내업체들 외에 외국 통신업체들도 입질에 나서도 있다는 소문까지 덧붙여져 좀더 그럴사한 논리로 흘러가고 있다.

한편에선 "또야?"라는 시선과 다른 한편에선 "이번엔 진짜가 아닐까?"라는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하나로텔레콤은 올 1분기 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도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9680원으로 장마감을 하면서 시가총액도 무려 2조274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03년 10월 뉴브리지-AIG 펀드가 39.4% 지분을 획득하며 하나로텔레콤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부터 하나로텔레콤을 둘러싼 M&A설은 약방의 '감초'처럼 증권가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수익률'을 최대 가치로 여기는 사모펀드가 회사 주인이다보니, 언젠가는 회사를 팔고 떠날 것이라는 믿음이 하나로를 더욱 M&A 단골메뉴로 만들고 있다.

물론 언젠가는 뉴브리지-AIG 펀드가 하나로를 팔고 떠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골드만삭스를 '전략적 리뷰'를 위한 자문사로 선정했다는 이유가, 과연 하나로를 3개월내에 매각 수순을 밟게 할 수 있을까.

통상 M&A는 극비리에 추진되는 게 상식인데, 이번에도 하나로 M&A설은 너무 시끄럽다. 그 덕분에 주가는 연일 뜀박질하고 있지만, 매수자 입장에선 오르는 주가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매각하는 입장도 막무가내로 오르는 주가가 득될 것이 없다. 그만큼 매각 기회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M&A 시장의 이같은 역학관계를 무시해도 좋을만큼 하나로의 본질가치가 높은지도 짚어볼 일이다. 지난 2004년 104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 하나로는 줄곧 적자상태다. 오죽하면 하나로의 올해 목표가 적자탈출이겠는가. 하나로는 1분기 선전을 이유로 들며 올해 수익호전을 장담하고 있지만, 겨우 1분기 지난 시점에서 경영성과를 판단하기는 섣부르다.


결합판매를 이유로 SK텔레콤, LG그룹, 태광이 매수자로 또 거론되고 있는데 실상 1조원에 가까운 인수비용을 감당할 정도로 하나로가 매력적인 기업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매수자로 거론된 기업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제휴로도 가능한 결합판매를 굳이 '비용과 규제'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들이다.

외국계 AT&T와 싱가포르텔레콤도 매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이나 전화시장, 이동전화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입자 포화상태인 우리나라가 이들에게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신흥시장인지 아리송하다. 이들 기업과 하나로는 비즈니스 연결고리도 별로 없다.

무엇보다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를 인수하려면 예외없이 정부의 '규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오는 7월부터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면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지난해 12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된 탓이다. 사업양수도나 설비매각도 마찬가지로 장관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 법조항 때문에 지난해 9월 하나로 M&A설이 나돌때와 지금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뉴브리지-AIG 펀드가 하나로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인 하나로를 인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일 수밖에 없다.

거듭되는 M&A설로 인해,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처럼 하나로 역시 M&A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처럼 되지않을까 걱정스럽다. '소문' 하나로 1년새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기업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움직이는 주가는 정작 기업의 본질가치를 훼손시키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눈이 피로하면 착시현상이 일어나듯, 주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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