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하루에 30분만 생각을 쉬자

김영권 정보과학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 2007.05.10 12:58

나의 하루(3) 정보폭식에 마음이 황량해진다

하루종일 눈이 빠지도록 본다.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입이 아프도록 말한다.
 
아침 6시, 눈을 뜨면 볼 것부터 찾는다. 나는 TV 뉴스를 틀고, 건성으로 본다. 거실과 식탁과 목욕탕을 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챙긴다. 그 다음엔 신문을 읽는다. 내 눈은 신문 기사와 TV 화면을 오락가락 한다.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배달된 아침 뉴스를 챙겨 보는 일까지 더해졌다.
 
회사에서는 쉬지 않고 컴퓨터를 본다. 듀얼 스크린에 7가지 화면을 걸어놓고 숨가쁘게 돌려본다. 나는 시시각각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정보들과 전투를 벌인다. 마치 전자오락 '갤러그'를 하는 기분이다.

숙달된 기술과 집중력이 없으면 넘치는 정보들의 공습을 감당해낼 수 없다. 잡힌 기사는 그 즉시 처리하고, 그것으로 끝이다. 뒤돌아 볼 틈은 없다. 사실 마음에 담아둘 만한 것도 별로 없다. 정보의 시효는 길어야 한나절이다.
 
퇴근길 버스에서도 습관적으로 읽을 거리를 찾는다. 요즘에는 휴대폰에 코를 박고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마 집에 가서도 현관 문턱을 넘기 무섭게 TV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귀와 입도 결코 한가하지 않다. 욕망으로 가득찬 도심은 조용할 틈이 없다. 어디든 소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내 이익과 관련된 얘기라면 귀신같이 듣는다. 생존을 위해 청각을 곤두세우고, 이리저리 주파수를 맞춘다.

말할 때는 볼륨을 높인다. 그래야 다른 소리에 묻히지 않는다. 목소리가 커야 이긴다. 자기 PR시대이니 자기 소개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들 한다. 소음 공해와 컬러 중독이 심각하다.
 
광고는 또 얼마나 많은가. 내 눈길이 머무는 곳이라면 어디든 광고는 따라온다. 맛있고, 멋있고, 신나는 세상이다. 물론 공짜는 없다.

 
눈과 귀와 입이 바쁘니 내 의식도 분주하다. 마음은 번잡하다. 정보를 폭식하니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도 당연하다. 볼 것, 못볼 것 다 보려 한다. 이 얘기, 저 얘기 다 들으려 한다. 이 말, 저 말 못하는 말이 없다.

한마디로 너무 많이 알려고 한다. 그러나 잡다한 지식만 탐하지, 지혜는 가다듬지 않는다. 성공과 처세에 매달려 보고 듣고 말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 모든 에너지는 밖으로만 향하지 내 안으로 향하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정보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다. 내 안은 그것들로 꽉차 거북하고 소란하다. 나는 거기서 길을 잃는다. 그러니 내 안에서 우러나는 느낌과 정은 없다. 내 마음이 황량하니 남에게 베풀 여유가 없다. 홀로 있기 겁난다. 침묵을 견딜 수 없다.
 
'지식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나 지혜는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지식이 한때 머물다 가는 바람과 같은 것이라면 지혜는 온갖 씨앗을 움트게 하는 대지다. 지혜의 밭을 개간하려면 모든 생각을 쉬어야 한다. 채우려고만 했던 생활습관을 바꾸어 텅텅 비워야 한다. 텅 비워야 메아리가 울리고 새것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나의 하루(1)

☞나의 하루(2) :10분의 행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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