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버핏처럼 키우기

美네브라스카 오마하=유승호 특파원 | 2007.05.07 16:13

韓서 버핏이 성장한다면?…입시경쟁에 '세상보기'는 뒷전

내 아이를 워렌 버핏처럼 세계 최고 부자로 키울 수는 없을까. 지난 5일 미국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77세의 노인 버핏과 10세 소녀가 주고받은 '부자학 개론'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봤을지 모른다. "버핏처럼 50조원 가량(520억달러)의 재산은 아니더라도 50억원이라도 버는 부자가 되어줬으면 좋으련만..."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부자가 되나요?"라고 묻는 어린 소녀의 질문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답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쯤 되면 다른 사람이 너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봐라. 빚지지 마라"고 말해줬다. 버핏의 동업자 찰스 멍거 부회장은 "다른 사람이 너를 믿도록 해라"고 조언해줬다.

소녀의 질문을 받고 버핏은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11세에 처음으로 주식을 사고 골프 캐디로 일하며 주운 공을 팔았다. 신문 배달도 해서 모은 돈으로 고등학교 졸업전에 40에이커 농장의 주인이 됐다.

특이한 아이 버핏이 요즘 한국에서 자랐다면 어찌됐을까. 아이의 내신 성적 한 등급과 '부자 실습'을 맞바꿀 한국의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아니 내 자신부터 "철딱서니 없는 짓 관두라"고 하지 않았을까 반문해본다.

버핏의 부친 호워드 버핏은 증권회사를 운영하고 미국의 하원의원까지 했다고 하니 아이에게 생계를 의존할 처지는 아니었다. 학교 성적이 30등 정도였지만 유난히 숫자 감각이 밝고 돈 버는 데 흥미를 보인 아이에게 20등이 되도록 강요하면서 그의 '경제적 호기심'을 죽이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워렌) 버핏은 (호워드) 버핏이 키워냈다.

미국이 낳은 금세기 최고의 경영자,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은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이렇게 회고했다. "기차 승무원이었던 아버지는 내게 3가지를 선물했다. 매일 기차 좌석에 버려진 신문을 가져다 읽게 해주셨고 승객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요 소재가 골프라는 것을 알고 골프를 배우게 해주셨다. 시간에 맞춰 어김없이 근무해야 하는 기차 승무원의 성실성을 배웠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된 신문 읽기가 시대 흐름을 앞서가는 경영감각을 갖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가난했던 탓에 잭 웰치 역시 골프장 캐디로 일하며 골프를 배웠고 골프장을 찾은 사업가들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이 '비즈니스 수업'이 됐다고 그는 술회했다.

우리 아이들은 신문 읽을 시간이 있는가. 어른들이 나누는 세상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는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바꿔들고 학원으로 내몰리고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해방감도 잠시, 남자 아이들은 군에 입대한다. 아이들의 '세상 보기', '실전 경험'은 대학 졸업하고 30세까지 보류되기 십상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니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30세가 되도록 그저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안전벨트를 매고 정신없이 달리는 청룡열차에 실려가듯 자라는 것은 아닌가.

버핏은 소녀에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부자가 되는 길을 알기 위해) 부모님, 어른들과 많이 얘기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정작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 어른들이 아닐까. 버핏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냐"고 묻거든 "안전벨트나 꽉 채워라"고 대답하지는 말자.

(7일 새벽 3시, 美네브라스카에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취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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