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가 빚내서 산다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7.05.07 08:40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평균수치를 근거없이 일반화

"국민의 20%는 빚내서 산다"
"소득하위 20%의 가계수지는 평균적으로 적자다"

이 2가지의 차이는?

위의 문장은 국민들 가운데 빚을 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2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반면 아래 문장은 소득하위 20%의 가계수지를 따져봤더니 '평균적'으로 적자였다는 얘기다. '평균'이라는게 늘 그렇듯, 그 중에는 흑자도 있고 적자도 있게 마련이니 20%가 적자라는 말과는 다르다. 흑자인 쪽이 아무리 많아도 적자인 쪽의 적자규모가 크면 평균적으론 적자가 날 수 있어서다.

6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러한 차이를 무시한 사례다. 보도자료 제목부터 '국민의 20%는 빚내어 살고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보고서 어디에서도 제목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다만 2005년 소득하위 20%(1분위) 계층의 평균 저축률이 -13.5%라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다. 이 밖에는 특정시점 기준으로 국민 20%의 부채 또는 적자에 대해 다룬 내용이 없다.

보고서가 통계청을 인용해 제시한 '소득계층별 저축률 추이'에 따르면 2005년 계층별 저축률은 △1분위 -13.5% △2분위 10.4% △3분위 21.9% △4분위 27.4% △5분위(상위 20%) 37.5% 등이었다.


통계청의 '2005년 가계수지 동향'을 확인한 결과, 이는'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 자료에서 흑자율을 따온 수치였다. 여기서 흑자율이란 각 계층의 전체 흑자액을 전체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결국 보고서는 도시근로자가구 가운데 소득하위 20%가 평균적으로 처분가능소득의 13.5%만큼 적자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두고 "국민의 20%는 빚내어 살고 있다"는 제목을 뽑아낸 셈이다.

전체 가구 가운데 실제로 흑자 가구와 적자 가구가 각각 얼마씩인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국민의 20%는 빚내어 살고 있다"는 제목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매체는 연구소의 보고서 제목을 따라 '국민 5명 중 1명 빚으로 산다'는 등의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우리 국민 가운데 5명 중 1명은 빚을 얻어 산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왔다"고도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소의 관계자는 "소득하위 20%의 평균 저축률 -13.5%는 그 집단을 대표하는 대표값"이라며 "물론 그 중에는 적자 가구도 있고, 흑자 가구도 있겠지만 대표값의 대표성을 인정할 때 국민의 20%가 적자라는 결론은 무리한게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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