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스파이더맨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 2007.05.04 11:00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면 주인공은 끊임없이 "나는 누구지"(Who am I)라고 질문한다. 우연한 기회에 실험실 슈퍼거미에게 물려 초능력을 얻게 돼 졸지에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그가 던지는 정체성 질문이다. 처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초능력을 엉뚱한데 써보기도 하다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자각하고 기꺼이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정의의 화신으로 활동한다. 1편에서 좌충우돌과 함께 악당 그린 고블린과 사투를 거친 끝에 그는 "나는 스파이더맨이다"(I am a Spiderman)라는 결론을 남긴다.

그러나 속성상 같이 있을 수 없는 거미와 인간이 같이 들어간 그의 말에서 본성에 대한 고민이 끝이 아님을 예고한다. 거미가 어떻게 선이라는 코드와 접목되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오락으로 흐른 2, 3편보다 스파이더맨의 고민을 통해 인간본성을 우회적으로 질문한 1편이 더 좋다.

 초능력은 이중적이다.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그러나 그러기에 평범한 인간사회에 어울리며 녹아들 수 없다는 점에서 저주다. 선과 악이라는 2개 DNA에서 스파이더맨이 선이라는 코드에 지배받는다면 그와 맞서는 악당 그린 고블린은 악이라는 코드가 주입된 초능력자다. 영화에는 초능력을 얻기 전 스파이더맨이 원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도 못하는 소심한 남자로, 그린 고블린은 정부에 무기를 납품하는 부자 공학도로 묘사되는 점에 사회적 지위에 따라 갖춰야 할 덕이 무엇인지 시사한다.

 초능력이라는 상상을 걷어낸다고 해도 인간은 축복과 저주를 같이 받은 스파이더맨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동물과 비교도 안되는 지능과 감성, 영혼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물세계의 초능력자다. 거기에 선의 코드가 주입되면 정의의 스파이더맨이 되겠지만 악의 코드가 주입되면 온 세상을 파괴하는 그린 고블린이 될 것이다. 인간유전자 속에서 꿈틀거리는 동물본능을 이성으로 정복하려 한 것이 인간의 꿈이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 경험이다. 전쟁, 대량살육, 투기광풍…. 도저히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철학자들이 인간에 대해 내린 정의도 "나는 스파이더맨"과 다를 바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정치적·이성적 동물'로 봤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인간은 동물과 초인(超人) 사이에 놓인 밧줄"이라고 말했다.

 사회 안에서도 초능력자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를 이루고 어떤 시스템에서 살다보니 정치권력, 재력, 조직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있는 자에게 선한 욕망의 불꽃이 튀면 기적을 일으키는 정의의 스파이더맨이 될 것이고 악한 욕망의 불꽃이 튀면 사회를 망치는 그린 고블린이 될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에게 없는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축복으로 여기고 그린 고블린이 아닌 사회의 스파이더맨으로 역할토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모 재벌 회장이 자기 자식이 맞고 오자 자신의 힘을 한껏 과시하듯 가해자들에게 집단적으로 보복폭행을 했다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힘은 있었으되 생각과 행동은 스파이더맨이 아니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금융부장 jo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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