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위기는 검증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7.04.27 09:50
파생상품은 금융 시장의 꽃인가 시한폭탄인가.

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된지 약 20년 정도 지났지만 안정성을 시험할 만한 대형 위기는 없었다. 특히 이 기간 저금리 기조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했다는 점에서 긴축 상황시 도래할 리스크 노미노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금융 파생상품이 기업 채권 조달시 비용을 낮춰줘 장기적인 투자를 돕고 있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위기때 발생할 파급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파생 상품은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낮은 스프레드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고 금융시장이 긴축 국면으로 접어들 때의 시나리오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 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추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파생상품 등에 힘입어 기업들의 신용 심사 기준이 크게 낮아졌지만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잠재 부실을 떠안게 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경고했다. 특히 위험 평가의 기준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 것과 함께 이런 채권들이 헤지펀드나 연금펀드 등의 재투자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생상품 덕에 기업들은 낮은 금융 비용으로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위험은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공유하는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같은 배에 탔다는 것은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말도 되지만 동시에 함께 침몰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모기지 사태로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의 위험성이 커진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CDO는 유동화증권의 신용 위험을 등급별로 세분화해 여러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이자를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월가 금융기관들은 모기지를 CDO로 유동화시켜 개인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또 CDO를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는 대신 높은 위험을 나눠가졌다. 최근 수년 동안 도산하는 모기지 회사들이 적었기 때문에 CDO는 가장 효율적인 파생상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면서 모기지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지자 CDO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긴축으로 변화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조적인 문제 뿐 아니라 파생상품이 금융 시장의 도덕적해이(모랄해저드)를 부풀리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만약 파생상품이 없는 시장에서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때는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가 명확해 채권자 쪽에서 부실 위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위험이 세분화돼 그 위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역시 세분화될 경우 위험에 대한 감시 체계는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이 쉽게 대출금을 조달하고 대출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파생상품의 발달과 관련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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