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시장 재야고수, 장학사업 앞장 '눈길'

"남의 도움 덕에 지금 행복" 필명 '본고사' 선행 업계에 회자

선물옵션투자는 주식투자와 달리 철저한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내가 돈을 번다는 것은 반드시 손해를 보는 남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삭막하기 그지없는 선물옵션시장에 남다른 선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 전업투자자가 있다. 주인공은 공사(公社)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40이 넘는 늦은 나이에 선물옵션시장에 뛰어들며 화제가 됐던 이형곤씨(필명 본고사·49).

현재 뉴질랜드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 본고사는 최근 투자수익중 2000만원을 어려운 환경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쾌척했다. 전라북도 지역의 3개 고등학교와 전주곤지중학교에 각 500만원씩 기부한 것.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11명의 대상자를 선발한 상황이며, 곤지중학교는 "6월21일 도학력평가에서 180점 만점을 받은 학생에게 50만원을, 170점 이상 받은 학생에게 30만원을 지급할 것"이라는 공지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띄웠다. 곤지중학교는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매우 성실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학업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고향이 전북 김제인 본고사는 "지금 나의 행복은 남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평소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중 우연히 급식비도 못내는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얘기를 듣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음대 1학년에 재학중인 김 모양을 후원하는 등 장학사업은 뉴질랜드 현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본고사는 매매를 하던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한 선물옵션 전업투자자 최 모씨에게 소정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씨의 둘째딸에게는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본고사는 해마다 신입생들을 선발해 졸업생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장학사업을 중단없이 펼 생각이다.

하반기에는 정식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부친의 성함을 따 '복산장악회'라는 재단 이름도 지어둔 상황이다.

본고사의 선행은 파생시장에 잔잔한 파문을 낳고 있다. 선물옵션 및 자원개발 전문회사인 포넷의 김진도 대표는 "파생시장 투자는 피말리는 전쟁의 연속인데 이처럼 남을 생각하는 투자자가 있다니 매우 놀랍고 반가운 일"이라며 "마음씨가 매우 착하니 수익도 많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고사는 쟁쟁한 고수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대세상승장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최상위 수익률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