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정면으로 부딪혀라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7.04.22 00:10

[영화속의 성공학]34번째 글..영화 '행복을 찾아서'

1. 그는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먹고 살기위해 무작정 도시로 찾아왔다. 우연히 일식집에 취직했다. 힘든 일과와 텃새속에서도 열심히 기술을 배웠다. 요리사가 됐다. 열심히 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호텔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올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가게를 갖고 싶었다. 저축한 돈에다 빚을 얻어 드디어 사장이 됐다. 그러나 월급쟁이 생활과 사업이라는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개업하고도 몇 달이나 파리를 날렸다.

장사가 안 되면 생계는 물론이려니와, 많은 빚을 갚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속이 탔다. 치열했던 지난 인생을 모두 걸었고 거기에 빚까지 얻어 낸 가게였으니. 그는 어쩌다 오는 손님이 그저 손님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많이 와야 빚을 갚을 수 있으니, 손님은 그의 목숨과도 같았다. 그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간과 쓸게는 집에 그냥 두고 나왔다. 목숨에 걸린 일에 소홀할 수 없었다. 몇 년 후, 그는 명사들이 드나드는 큰 일식집을 운영하게 됐다.

예전에 만났던 부자 P씨의 이야기다. 그의 지난 인생을 듣고 속으로 부끄러웠다. 난 그의 인생만큼 치열하게 살지 못했으니. 사실 삶은 단순히 무엇을 하며 살아왔느냐의 합계가 아니다.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했느냐의 합계다

2. 퀴즈. 이것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눈뜨고 꾸는 꿈'이라고 했다. 탈레스는 이것을 '가난한 자들의 빵'이라고 했다. 괴테는 또 이것을 '행복의 싹'이라고 표현했다.

답은 '희망'이다. 희망은 긍정적인 사고에서 나온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이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노숙자로까지 전락했던 세일즈맨이 증권브로커로 성공하기까지 고생담과 노력을 담고 있다. 그것도 실화다.

이 영화는 일부 비평가들로부터 '뻔한 영웅담'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더랬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예찬', 혹은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이라는 등의 비판도 받았다. 뭐, 다 맞는 말들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지식인들의 이야기들은 많은 경우, '강 건너 불 구경'이나 훈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어쩌라고.세일즈가 안 되고 그래서 벌금을 못 내 자동차가 몰수되고, 살기 힘들어 아내가 도망가고, 노숙자 숙소를 전전하고 등등.

주인공이 당하는 이같은 일들은 바라보는 제3자에겐 사회의 부조리나 어두운 단면일 뿐이지만, 모두 다 구경꾼의 소리일 뿐이다. 정작 당사자 본인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시련이다. 혹여 이 시련에 대해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도움이 있다 해도 그건 덤이지, 주어지는 시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대부분 개인의 몫이다.

어떤 이는 힘든 현실을 닥치면 도망치려 한다. 다른 이는 시련으로 인해 철저히 망가지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정면으로 부딪혀 어떻게든 살길을 찾는다. 주인공은 바로 마지막 경우의 인물이었다.

그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실망보다는 희망을 친구로 삼았다. 그러기에 희망은 성공이라는 친구를 데려다 주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니냐구. 뻔한 이야기 맞다. 영화가 뻔한 이야기다보니, 그 영화를 소재로 쓰는 글도 뻔하다.

아니, 인생 자체가 뻔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 뻔한 인생이란 걸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안다해도 아는 걸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그러니 뻔한 이야기라도 자꾸 새기고 살아갈 밖에. 그러다보면 조금은 인생이 나아지지 않겠나. "낙천주의자는 꿈의 현실화를 믿고 비관주의자는 악몽의 현실화를 믿는다."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의 말이다.

3. 절실하게 원했고 그래서 치열하게 쟁취했던 주인공 가드너씨. 하지만 영화처럼 아무리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내용이라도 '그는 했는데, 너는 왜 못하냐' 이런 식의 이야기가 계속되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조금은 불편한 기분이 들것도 같다.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있기에 피말리는 노력을 한 가드너씨같은 사람의 실화가 감동을 주는 것 아니겠나. 대신 이제부턴 구체적으로 영화 주인공 가드너씨가 실천했던 성공법칙들에 대해 살펴보자. 첫번째. 가드너씨는 항상 외모를 단정하게 하고 다녔다. 셔츠를 다려 타이를 말끔하게 매고 양복을 입었다.

일단 외모상으로만 보면 그가 자동차를 압류당했는지, 집세가 밀리고 있는지, 아내가 도망갔는지 다른 이들은 전혀 알 수 없다. 멀쩡하고 자신감에 가득찬 세일즈맨일 뿐이다.

그는 또 노숙을 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앓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동가숙 서가식'하는 와중에 주렁주렁 짐을 들고 다녀도, 회사동료들에게는 출장을 가야 해서 그렇다고 둘러댄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 설혹 알아챘을 지 몰라도 그는 끝까지 자존심을 지켰다. 업무로 바쁜 척 했고,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행동했다. 월가의 쟁쟁한 금융인들에게도 자신이 소속한 회사의 장점을 당당하게 설명했다.

가드너씨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 연민이나 자기 비하는 결코 하지 않았다. 그런 당당한 자신감은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사실 주위에 보면 자기 비하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처음엔 그런 이들에겐 안 된 마음에 격려도 하고 따뜻한 관심도 준다.

그러나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다. 자기 비하에 빠진 사람들에겐 별로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또 신경을 써줘야 하므로 피곤하고 자기까지 괜히 우울해진다. 그러니 살다 힘들어져서 하는 푸념은 어쩌다 한번하고 말아야 한다. 그곳도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만 한해서 말이다.

허브 코헨은 저서 '협상의 법칙'에서 사람들은 미처 협상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드너씨가 '내 학벌로 무슨 증권회사냐'고 지레 포기했다면 그는 아예 성공의 계단을 밟아보지도 못했다.

사실 가드너씨는 고등학교 졸업인 전부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월가의 증권맨을 지망했고 어려운 여건과 경쟁을 뚫고 성공을 이뤄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지레 포기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숫자에 대한 자신감만으로 일단 도전했고 결국엔 해냈다. 살려면 일단 부딪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 가드너씨는 아무리 힘든 순간속에서도 결코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불행하게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신의 아들이 반복하도록 하진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때, 굳센 의지와 힘을 얻는다. 사실 가족은 그 자체로만 보면 큰 책임이 따르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존재가 나를 믿어줄 때, 그 믿음의 에너지는 정말 대단하다.

가드너씨가 치열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아빠를 믿어주는 아들의 해맑은 눈빛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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