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은 '광속 진화', 단속은 '뒷북'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7.04.20 16:44

대박의유혹 작전천국<4>당국 전례없는 빠른 조사에도 피해 눈덩이

"수사 당국이 불러 갔더니 윽박만 지르면서 증거는 못대더라. 다녀온 후 무죄라고 더욱 확신했다."

최근 주가조작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L사와 비슷한 시기,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나온 한 큰 손 투자자가 했다는 말이다. 작전세력들의 주가조작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작전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감시하고 제지할 인프라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개월새 50배를 올려 작전주의 대명사가 된 L사의 경우, 단 한번도 이상급등종목에 지정되지 않았다. 세력이 주가 상승 속도를 조절, 관련 규정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머니투데이의 질문에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지난달 22일 "한 종목 때문에 관련 규정을 고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2일 L사 종가는 2만3950원. 당시에만 막았어도 투자자 피해는 절반으로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사중인 사안을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당국은 끝내 쉬쉬했고, 결국 피해액만 눈덩치처럼 커지게 됐다.

◇ 발빠른(?) 대처에도 수천억 피해

금융감독원은 이번 L사 사건과 관련, 전례없는 빠른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1월말 이상 징후를 포착해 증권거래소에 심리를 요청했고, 3월초에 곧바로 특별조사팀을 꾸렸다. 조사 착수 10여일 만에 관련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졌고 혐의 계좌에 대한 가압류 조치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통상적인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이미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조사에 착수하고, 대부분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신속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사이 L사 주가는 6000원대 중반에서 5만원대 초반까지 8배 가량 폭등했다. 600억원대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대로 뛰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의 자금이 유입됐는지 계산하기 힘들다. 이들의 투자자금은 지금 추세로 봐 상당부분 허공에 사라질 형편이다. L사는 나흘째 거래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하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이 사이 날아간 시가총액만 2567억원.

한 증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과정이 현 시스템 아래에서 최선의 결과라 하더라도 이 정도 피해가 나도록 방치했다면 이제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현재 증시의 주가조작에 대한 감시는 시장감시위원회의 시장감시부가 1차 파수꾼 역할을 한다. 시장감시부는 매매 데이타와 계좌번호만 확인할 수 있어 매매패턴을 보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이를 심리부에 넘긴다.

심리부 단계에서는 계좌주까지 분석, 작전세력간의 인적네트워크를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이 단계에서 혐의가 짙어지면 그때 금감원 조사국으로 사건을 넘긴다. 금감원은 자금 추적권과 관련자 소환권으로 추가 조사, 마지막으로 검찰로 공을 넘긴다.

◇ 뒷북은 그래도 나은 편.. 알고도 당할 수도

L사 작전세력은 1000개 가까운 계좌와 교묘한 상승률 조절로 KRX의 규제를 피했지만 결국 통정매매에 따른 검찰조사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문제는 오리발을 내밀어도 이를 입증하기 힘든 경우다.

L사와 유사한 방법으로 자금을 모집, 상장사들을 인수합병(M&A)한 모 투자사는 작전이 아니라 선진금융기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당국의 조사 결과, 무혐의 처리될 것이라고도 확신하고 있다. 작전세력은 미리 짜고 주식을 사고 팔지만 자신들은 사기만 했지 아직 팔지 않았으므로 작전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 투자사는 공식적으로 주식을 팔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미루어 다른 계좌로 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쪽 추정이다. 문제는 이를 입증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

한 시장 관계자는 "과거 한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금감원에 갔을때 '계좌추적 했다',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으름장만 놓더니 자금흐름 전혀 파악못하고 오히려 검찰에게 금감원 직원이 무안만 당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세력은 날고 있는데 감시 당국은 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한 투자자의 얘기를 단순한 푸념으로만 취급하기엔 최근 급등주들의 비중이 너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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