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비제도권 투자사인 소위 '부티크'로, 개인투자자 9명이 85억원을 사모펀드에 투자해 6개월 후 450억원이 넘는 단기차익을 얻었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들이 대주주로부터 장외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내부자정보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짙다고 판단,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15일 감독당국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마이애셋자산운용에게 헬리아텍 투자펀드인 '마이애셋주식사모4호'의 자금모집 및 투자과정을 묻는 '경위서' 성격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특히 펀드 투자자인 부티크 '윌리엄스워드'에 대해서도 자금추적 등 조사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은 펀드의 투자시점과 주식매입 과정이다. 이 펀드는 지난해 9월28일 개인투자자 9명으로부터 85억원의 자금을 받아 설정한 뒤 헬리아텍 주식 113만7332주(19.76%)를 총 80억원에 매수했다. 펀드 설정액의 대부분을 코스닥 한 종목에 몰빵 투자 한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장외매수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아무런 이슈가 없던 불황산업인 SI(시스템통합)업체 헬리아텍의 주식을 2.5배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주주로부터 지분을 양수받으면서 '해외자원개발' 등 신사업 추진과 무상증자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재료'들을 상호 논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이애셋에서 지분을 인수한후 액면분할과 무상증자가 이어져 사모펀드는 자연스럽게 주식수를 늘릴 수 있었다. 지난 2월 주가급락에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보유주식이 증가하면서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경우 내부자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혐의가 동시에 섞인 느낌"이라며 "윌리엄스워드가 개인투자자들의 대리인 역할을 해 헬리아텍 대주주와 모종의 협의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목적으로 사모펀드를 이용해 단기 차익을 올리는 수법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자금 추적 등 면밀한 조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이애셋자산운용측은 종목 선정 기준과 운용방식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이애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윌리엄스워드가 권영건 전대표에게 신 에너지개발주나 바이오주 등 특정 종목군에 집중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면서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자의 목적에 맞는 '맞춤형 펀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50개가 넘는 대상 종목을 놓고 주가의 안정성 등을 따진 뒤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5개 종목을 추려 이 중 헬리아텍을 최종 낙점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식 매입에 따른 주가 급등을 우려,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키로 하고 매수도 단 1차례만 하기로 투자자들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애초부터 헬리아텍을 점찍고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8월말 헬리아텍을 선정한 뒤 헬리아텍 대주주로부터 장외 주식매입을 직접 협의하겠다며 1개월 동안 연락이 없었던 점은 대주주와 '뒷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가 작전 세력에 이용 당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됐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불공정거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이용할 경우 운용사들은 앉아서 당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방식을 요구하면 이런 우려탓에 거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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