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식, 묻어뒀더니 돈 되네요"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 2007.04.13 11:11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손유정 씨 중국투자 성공담(1)

"주위에서 다들 만류했어요.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왜 하냐고들 했죠.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어요."

중국 주식투자로 약 8개월만에 고수익을 올린 손유정 씨. 지난해 8월 투자를 결심하고, 한 증권사의 해외 주식거래 계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국내 주식에도 손을 댄 일이 없었던 그가 중국 주식 이야기를 꺼내자 지인들은 아까운 종자돈을 다 날릴 것이라며 잔뜩 겁을 줬다. 환전 상담을 하려고 찾은 은행 영업점의 직원은 초면에 '제 정신이냐'는 말을 내뱉는 결례를 서슴치 않았다.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면서 시작한 일이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 증시의 상승 열기를 고스란히 수익률로 거머쥔 손유정 씨는 이제 '중국 투자의 귀재'라는 찬사를 얻을 정도다.

◇ 100% 대박 어디서 났나 = 고심 끝에 손유정 씨가 매수하기로 결정한 종목은 총 5개. 부동산과 통신, 보험, 석유화학 등 유망한 업종을 먼저 가려낸 후 각 업종의 대표 종목을 매수했다.

부동산 관련 종목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인프라 구축이 붐을 타고 있는데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어 경제성장의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통신주는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속에서 중장기적인 발전이 담보돼 있을 뿐 아니라 정책적인 보호에 힘입어 외국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도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보험과 석유화학 역시 거시경제 성장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고,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5개 종목 가운데 2개 종목이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나타냈고, 통신주도 50% 내외의 고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2개 종목은 '대박'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10% 선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직접 투자와 함께 간접 투자도 병행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판매한 중국 펀드에 가입했는데 여기서도 쏠쏠한 수익을 챙겼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잘 했다 싶어요. 하지만 투자를 할까 말까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어요. 너무 심각하게 고민에 빠진 나머지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으면 주가 그래프가 눈 앞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 뭐겠어요."

◇ 단기 등락·환매 권유에도 '초심' 지켜 = 어렵게 내린 결정인 만큼 손유정 씨는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최대한 의연하려고 애쓴다. 지난해 수직상승했던 중국 증시가 올들어 심한 기복을 나타내자 과열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단 한 번도 차익 실현을 생각하지 않았다.

거래 수수료가 만만치 않은데다 차익에 대해서는 22%의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매매가 잦을수록 비용도 커지는 점도 인내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었다.

단타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그는 수익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불안하긴 하지만 묻어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믿는다.

사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써도 주위에서 매도 심리를 부추기는 일이 적지 않았다.


"연초 펀드를 판매한 은행 직원이 전화를 했더군요. 중국 주가가 많이 올라서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 같다며 환매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였어요. 펀드에 가입하고 수익률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전화를 받고 조회를 했더니 연율 기준으로 90%에 달하는 수익을 낸 상태였어요."

은행 직원은 중국 증시의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펀드를 환매해 수익률을 확정짓고, 환매한 투자자금을 MMF에 넣어두었다가 지수가 충분히 떨어지면 다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었다.

전화를 받고 며칠 고민하던 손유정 씨는 환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중장기 상승 전망에 변함이 없었고, 조정의 폭과 길이에 대한 확신도 없이 다른 사람의 예측만 가지고 환매할 수는 없었다. 은행측의 예상대로 조정이 나온다 해도 가입 당시의 매입 단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들어갈 수 없다면 환매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주가가 연초 큰 폭으로 떨어지더군요. 펀드 수익률도 동반 하락했죠. 하지만 단기에 고수익을 올릴 생각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매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는 없었어요. 단기적인 고점과 저점까지 어떻게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겠어요. 짧은 파도쯤은 그냥 즐겨야죠."

◇ 정보 부족? 모르시는 말씀 =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보 부족이다. 마음만 먹으면 업종이든 종목이든 펀더멘털부터 호악재에 대한 내용까지 갖은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국내 투자와 달리 해외 주식은 제대로 된 분석자료 구하는 것부터 막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손유정 씨의 생각은 달랐다. 정보가 귀해서 더 쉬웠다는 것.

"국내 주식처럼 정보의 홍수가 아니어서 오히려 수월했어요. 그리고 자료가 없는 것 같지만 열심히 찾아보면 필요한 만큼은 있거든요."

'돈 되는 주식은 중국에 있다'를 포함해 중국 투자와 관련한 책을 보이는대로 구해 읽었다. 중국 증시 투자에 관한 강연회가 열리면 직접 참석해 전문가의 분석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모으기도 했다.

손유정 씨가 중국 투자를 결심한 것은 2005년부터 발품을 팔아가며 충분하다 싶을 만큼 투자 자료를 모으고, 기대 수익률에 대한 확신이 들고 나서였다. 주요 기업의 과거 5년치 실적은 물론이고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에 대한 평가를 내린 후에야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책과 전문가 강의를 접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중국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되었죠. 정보가 부족해서 투자하기 힘들다는 말은 동의할 수 없어요. 노력하기 나름이거든요."

주말이면 도서관을 찾아 매달 5~6권의 책을 정독한다는 손유정 씨. 중국 투자는 주식에 대해 그동안 갖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게 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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