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그 남자의 집(2)

김영권 정보과학부장 겸 특집기획부장 | 2007.03.29 12:02

'크고 좋은 집'이 아닌 '천국의 집'을 만들려면

천국 '꽃섬'은 너무 먼 나라의 소설같은 얘기라고? 그렇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경우를 보자.

남자는 서울대를 나온 우등생, 여자는 외국어고와 카이스트를 나온 수재다. 이 두 사람이 한 벤처회사에서 만나 연애를 하다 결혼한다.

그리고는 도시에 튼 둥지를 버리고 덕유산 자락의 외딴 집을 찾아 들어간다. 집세는 논밭 1000평을 합쳐 1년에 50만원이다.

그 집이 오죽할까. 자는데 천장에서 쥐가 떨어지기도 했단다. 화장실이 없어 강산을 바라보며 일을 본다. 그곳에 그들만의 그림같은 화장실을 만들고, 알콩달콩 사는데 너무 행복에 겨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자랑이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 사시는 법정스님도 오두막에 화장실이 없어 직접 한채 지으셨다는데 사진을 보니 덕유산 젊은 부부가 만든 것과 정말 비슷하다.

이 두 경우도 보통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고? 좋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로 돌아오자.

우리야 평생 집을 위한 투쟁으로 산다. 이른바 'Struggling for Housing'이다. 더 큰 집, 더 좋은 집, 더 비싼 집이 필생의 목표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언제나 더 크고 좋은 집만 바라 보니 한 순간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하지 못한다.

대개는 결혼하고 변두리의 1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로 시작한다. 몇번 이사를 하다보면 손바닥만한 내집 한채만 있어도 원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집을 장만하면 그때부터 본게임이다. 우리는 다시 평수를 늘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다. 30평이 되면 40평을 쳐다보고, 40평이 되면 50평을 쳐다본다. 그렇게 사니 한시도 집에 만족할 수 없다.

나도 언제나 집이 불만이다. 집이 커져도 그 집에 머물지 못한다. 나는 항상 바쁘다. 한 밤중에 들어가 아침 6시면 일어나 나온다. 집에 이부자리만 있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집에 내 인생을 올인한다.

이게 우리의 자화상 아닌가. 그러니 지금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즐거운 나의 집, 그건 내 마음 속에 있다. 나의 천국, 그것도 내 마음 속에 있다. 살기 좋은 집, 행복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 속에 자기의 천국을 만들었다. 더 크고, 더 좋은 집과 관련없이 만들었다.

내가 지금의 집에 만족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나는 집을 위해 투쟁할 필요가 없다. 집에 대한 맹렬한 욕망을 덜어내면 세상에 마냥 집이 부족하지도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못한다. 나는 오늘도 오락가락 흔들린다.


묻자. 나의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천국의 집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

나는 다음 두편의 글로 답에 갈음하려 한다.
 
"부족한 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들추는 이는 천국에서도
그것을 들춰낸다.
가난하더라도 그대의 생활을 사랑하라.
그렇게 하면
가난한 집에서도 즐겁고 마음 설레는
빛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리라.
햇빛은 부자의 저택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의 창가에도 비친다.
봄이 오면 그 문턱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내 집은 내 안에 있다. 내 영혼 안에 있다."
-한스 크루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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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그 남자의 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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