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보고서 쓰는 LG전자 직원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7.03.29 08:25

남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낭비제거' 목적.."오히려 시간낭비"라는 지적도

LG전자가 최근 직원들에게 일과를 15분 간격으로 나눠 하고 있는 일을 기록하는 '개인별 업무관리표' 일명 '쿼터 리포트'를 작성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8일 "직원들이 지난 2월 말부터 회사에서 받은 엑셀 파일 양식에 날짜 시간 업무 등을 시간별로 기재하고 해당업무에 대해 '낭비'나 '핵심' 등의 평가와 구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 1월 CEO로 선임된 남용 부회장이 펼치고 있는 대대적인 경영혁신 활동의 일환이라며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통해 낭비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남부회장은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리더는 자기 시간의 70%를 낭비가 없는지 점검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데 써야한다"고 강조했었다.

쿼터 리포트는 지난 2월 임원 회의를 거쳐 도입됐으며 적용시기, 관리양식 등은 업무 성격상 사업부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식은 사내 '가치혁신팀(VIT)'이 제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이 중복으로 업무를 처리하면 낭비다. 새 제도 도입으로 이런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며칠 간 시행한 자료를 토대로 비효율적 업무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제도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직원들도 상당수다. DA사업본부의 한 직원은 "시간관리를 위한 지침이 오히려 시간낭비를 조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15분마다 업무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본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MC사업본부의 한 직원도 "이번 지침으로 인해 화장실 가는 것도 신경쓰인다"며 "요즘 회사생활은 지나치게 소모적"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때문에 4대 사업본부 소속 그룹장(차ㆍ부장급)들의 절반가량은 이번 지침이 시작되기 전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부호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하루정도 자신의 일과를 기록해보고 직원들간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든지 혹은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은 업무효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나치게 오랫동안 업무를 체크한다면 원래 취지가 퇴색되고 형식에 치우쳐질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오히려 시간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스트 클릭

  1. 1 속옷 벗기고 손 묶고 "빨리 끝내자"…초등생이 벌인 끔찍한 짓
  2. 2 19층 어린이 층간소음 사과 편지에 18층 할머니가 쓴 답장 '훈훈'
  3. 3 "차라리 편의점 알바"…인력난 시달리는 '월 206만원' 요양보호사
  4. 4 졸혼 3년 뒤 "나 암걸렸어, 돌봐줘"…아내는 이혼 결심, 왜?
  5. 5 '명예훼손 혐의' 박수홍 형수 이모씨 선고, 하루 전 돌연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