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

머니투데이 김준형 온라인총괄부장 | 2007.03.27 11:08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처음 접했을땐 깊은 맛을 모르고 지나쳤다가, 나중에 '딱이네'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에서 다시 읽는 책은 빠져드는 깊이가 다르다.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다. 주주끼리, 주주와 경영진간에, 주주와 직원들간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물리적 충돌까지도 등장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산하 기업지배구조 연구소 이사인 마저리 캘리가 쓴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The Devine Right of Capital, 이소출판사, 2001)'라는 간단치 않은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기에 이만한 때가 없을 듯하다.

10년전 외환위기와 함께 우리 앞에 갑자기 복음처럼 등장한게 '주주 자본주의'이다.
창세기 버전으로 이념을 요약하자면 "태초에 자본이 있었다"가 될 것이고, 헌법 1조1항을 쓴다면 "주식회사의 소유권은 주주에게 있다"로 시작할 것이다.

의문을 제기했다간 반체제 사상범, 내지는 '적응 곤란증' 환자 취급을 면키 어렵다. 그래서 중세 '왕권신수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천부주권론'(Devine Right of Capital)내지 '주권신수설'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지식기업 기업가치는 누가 창출하나

평상시에는 "종업원이 회사의 주역('주인'까지는 아니라도), 직원이 최고 자산"이라는 구호들이 식상할 정도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하지만 막상 주총같은 곳에서 '밥그릇'의 문제와 맞닥뜨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대주주(절대주주가 아니라도)'의 권위에 대한 문제제기, 특히 회사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경제원칙을 무시한 행동'이고 '분수를 넘는 머슴들의 도전'으로 치부된다.

과연 그럴까.
'부는 그것을 창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게 자본주의사회의 원리이다.
물론, 기업들이 직접시장(증시)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 성장해가는 초기 단계에서 주주들의 투자가 갖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이미 사회전체적 차원에서 볼때 주식시장은 '환금성'을 유지해주는 유통시장, 기업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환원하는 분배장치의 기능이 조달기능을 압도하고 있다.

개별 기업으로 봐서도 시간이 갈수록 기업가치 창출분에 있어서 주주들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어진다.

단 1회의 에너지 투입으로 계속 굴러가는 '영구기관'이 허망한 아이디어인것처럼, 단한번 돈을 집어넣은 것으로 영원한 소유권을 꿈꾸는 것은 부조리하다.

종잣돈을 낸 주주들의 역할을 무시할수는 없다. 그래서 주주들에게는 '배당'과 주가상승이라는 적지 않은 몫이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부의 분배는 물론, '소유와 군림'의 권력까지 놓지 않으려는게 봉건적 '천부주권론'의 사고방식이다.

지식산업 사회에 맞는 주주-경영진-직원 관계 정립돼야


천부주권론의 신봉자들은 종업원들을 언제든지 대체나 증감이 가능한 '가변비용'으로 생각하는 '원론'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은 이미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특히 지식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의 지적자본이 초기의 물적 자본을 대체해가면서 기업가치를 창출한다. 따라서 인적자본은 '실질적으로' 기업의 가장 큰 가치 창출자이다.

지식산업에서는 유능한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는 것이 '비용절감'이 아니라 '자산가치의 파괴'인 것도 이때문이다. '자산=부채+자본'이라는 회계의 기본방정식에서 '인적 자본'은 명백히 '비용'계정이 아니라 '자산'계정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부의 창출기반이 이처럼 달라진 상태에서는 수입의 배분 또한 달라지는게 마땅하다. 실제로 이같은 실험이 벌어지고 있고, 또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식사회의 진정한 가치 창출자인 지식노동자들,
진정한 주주가치 향상에 대해 성찰하고픈 주주,
그리고 지식산업사회의 위대한 경영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라는 합당한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지식산업 분야인 언론계에서, '주주-경영자-직원'이 함께 하는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온 머니투데이가 '천부주권론'의 낡은 칼날과 맞서게 된 비통함이 난데없이 책 한권을 들고 나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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