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무역클레임 해결하기

송기호 변호사 | 2007.03.26 10:28
베트남 무역을 하는 분에게서 급한 상담전화가 왔다. 수산물을 수입해서 국내 외식업체에 납품했는데 위생사고가 생겨 배상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위를 파악해보니 수입 수산물이 문제였다. 그래서 베트남 수출자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니 잡아뗀다는 것이다. 오히려 베트남에서는 수출물건을 진공팩 포장을 하고 드라이아이스까지 채워 보냈으니 문제가 없다며, 물건 잔금을 빨리 송금하라고 독촉하고 있단다.

하지만 상담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물품을 받고 배상금까지 지급한 상황에서 물품대금을 내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베트남 수출자가 물건을 실어 보낼 때 잘못했다. 화물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확인해보니 진공포장에 구멍이 있었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역클레임을 외국 수출자에게 통지하는 절차다. 수입물건에 어떠한 하자가 있는지, 그리고 그 하자가 외국의 수출자 때문에 발생했음을 뒷받침할 사진 등의 자료를 확보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 베트남 수산물 사건도 피해액과 물건값을 상계처리하는 것으로 납득할 만한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계약서 샘플이라도 가져다 써라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아주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무역클레임은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물건을 수출해 놓고도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신용장(LC) 베이스로 수출하는 분들이야 은행에서 네고(Nego)를 해서 수출대금을 받겠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는 처지에 있는 분들은 아주 곤란하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해외 바이어의 신용과 약속만을 믿고 물건을 내보내야만 할 때 아무리 바빠도 영문 매매계약서를 꼭 써야 한다. 심오하고 복잡한 수십 장짜리 영문계약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외상으로 수출해야 하는 처지에선 너무 긴 계약서는 오히려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외국 바이어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1조, 제2조니 하는 형식을 차리라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지식으로 단시간에 쓸 수 있는 1장짜리 계약서라도 훌륭한 기능을 발휘한다.


하다 못해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문 매매계약서 샘플이라도 가져다 써라. 사무실에 바이어별로 1장짜리 표준서식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물건 이름과 가격, 선적일 난만 그때그때 바꾸어 쓰면 편리하다. 1장 분량의 계약서라면 그 내용이 인보이스(송장)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텐데 왜 꼭 써야만 할까.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중재조항 한 문장을 넣기 위해서다.

중재 조항을 꼭 넣어라

상호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재에 의해 해결하도록 한다는 중재 합의 조항은 무역클레임 해결에서 너무도 중요하다. 물론 바이어가 파산하거나 도주한다면 별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무역클레임 상담을 받아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분쟁 당사자 모두 사업을 계속 하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분쟁이 많다. 이럴 때 한 문장밖에 안되는 중재 합의 조항은 대단히 긴요하다. 문제 해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중재는 재판처럼 3심제가 아니라 단심으로 끝난다. 그리고 서울의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받은 중재판정문을 가지고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등 137개국에서 집행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이는 뉴욕협약이라는 국제조약으로 보장된다. 이런 특장이 있기에 중재조항이 있는 무역클레임은 대부분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왠지 딱딱하게 구는 것같아 겸연쩍다는 이유로 1장짜리 영문계약서를 포기하려는가? 잠시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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