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출신 이계안, 장사치여서 왕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03.22 13:46

[3색인터뷰]사농공상(士農工商)이 정치판에도 존재한다

민생정치준비모임 이계안 의원은 스스로의 표현을 빌자면 '농공상(農工商)'을 거친 '사(士)'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평택 출생) 배(현대중공업 부사장)를 건조하고 자동차(현대자동차 사장)를 만들었다.

그러다 돈 장사(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회장)도 했다. 그 덕에 결국엔 '경제전문가'란 타이틀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전통적 신분계급 표현 그대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이력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정치인인 셈이다.

이런 넓은 '오지랖'은 그만의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경제 리더십'이 최대 화두인 세태에서 46세에 국내 굴지 기업 'CEO'에 올랐던 '정치인'인 까닭이다.

그러나 '삶의 이력'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엔 옅은 '그늘'이 져 있었다. 이유가 뭘까.

"밖에 있을 때 답답하고 섭섭했던 게 정치인들이 경제인들이 돈 버는 문제를 너무 가볍고 쉽게 여긴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는 입을 뗐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더 심하더군요."

정치를 시작하고 난 후 그는 사회의 일반적 '위계', 이를테면 '사'와 '농공상'을 차별하는 구조가 정치판에도 그대로 고착돼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고시돼서 관료했다 된 의원, 변호사, 검사하다 된 의원들이 '국회의원 이계안'을 여전히 '장사꾼'으로 보더군요."

'검사, 변호사, 관료'를 거쳐 국회의원이 된 고매한 이들과 '(돈장사)기업가'하다 배지를 단 이들 사이에 은연 중의 '서열'이 존재하더란 얘기다.

그는 스스럼없이 '왕따'란 표현까지 썼다. 현재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일화 한토막.


"작년에 서울시장 경선 나서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인사차 찾아갔어요. 이 전 시장이 처음에 그럽디다. 너 '왜 거기 가서 고생하냐', 두번째 한 말이 '너 왕따 당하지'였어요(웃음)."

자조섞인 웃음 뒤에는 'CEO' 출신인 이 전 시장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느낀 자신의 소회를 얘기해준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스스로가 '왕따'를 느낄 때도 많다고 했다. 그는 "기업가들은 돈 버는 거에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한다"며 "직업 정치가들이 자신들만 우아하고 고매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이자 '착각'"이라고 했다.

씁쓸한 말을 듣고 있노라니 그가 악취나는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잘 나가던' 기업가가 '정략'과 '모략'이 판 친다는 정계로 입문한 배경을 듣고 싶었다. 왜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인지도 의아했다.

"CEO를 그만두고 원래는 신학대학을 가려고 했어요. 외국 대학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가만 두지 않더군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까지 정계 입문을 권유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도 그에게 구애를 했다.

그러다 결국 그는 2004년초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저는 공정 경쟁(Fare Compitition)에 관심이 많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당령을 보고 결정했죠".

열린우리당 당령에는 '새 정치, 잘 사는 나라, 따뜻한 사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문구가 들어가 있다. "잘 사는 나라까지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이자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은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월 탈당을 했다. 그는 '중도통합신당모임'이 아닌 서민 지향의 '민생정치준비모임'에 새둥지를 틀었다. 겉만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 하지만 속을 알면 '당연한 선택'이다. 이 의원이 꿈꾸는 '렉서스'는 '따뜻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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