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중국, 못난 한국'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 2007.03.22 08:38

김정훈의 투자전략

증시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 좋게 본다고 말한다. 왜 좋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직도 비관론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생뚱맞은 대답이다.

그래서 한번 웃고 다시 말한다.

1) 전세계 주식시장을 선도하는 중국 증시가 올라가고, 2) 전세계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뉴질랜드 주택가격이 견조하고, 3) 서브 프라임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섹터가 생각보다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세는 글로벌 위험 자산을 둘러싼 현안들이 단지 우려감에 그칠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한국 KOSPI의 경우에도 내재적인 모멘텀 없이 주변 상황에 휩쓸려 1500선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1500까지 가느냐 못 가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1500선은 89년과 94년 그리고 2006년 저항선을 연결한 KOSPI의 장기추세 저항선이기 때문이다.

1500선을 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한국 증시가 싸 보이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장사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을 돌이켜 보면 올해 한국 기업 이익이 두 자리 수를 넘을 것이라 모두들 확신했다.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지난 2년간 글로벌 호황국면에서 한국 기업이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기저효과와 IT기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3개월만에 기업이익 증가율이 반으로 떨어졌다. 주요 이머징 국가 중에서 기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이쯤되면 한국 기업 애널리스트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내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을 커버하는 전세계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을 담은 내용이기 때문에 모두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브라질과 같이 EPS가 올라가지는 않더라도 실적 하향조정이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한국 증시는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다.

주요 인덱스 대비 한국증시의 상대 PER을 보면 이제 한국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디스카운트를 받아야 할 위치에 놓여 있다. 이 같이 불리한 환경에서 한국 증시가 1500을 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한국 기업의 경쟁력 회복이다.
자사주 매입을 해서 ROE(순이익률*자산회전율*재무레버리지)를 높이는 전략, 즉 재무레버리지(자산/주주자본)를 늘리는(자본을 줄이는) 전략보다는 매출을 늘리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ROE 중에서도 순이익률이 높아져야 한다. 그리고 순이익률이 계속해서 높아지기 위해서는 번 돈을 잘 써야 한다.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회사보다는 번 돈을 잘 쓰는 회사(비젼을 가지고 M&A를 하거나 설비투자하는 회사)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KOSPI 1500을 불과 4% 남겨둔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 회복이 단 시일에 확인될 수는 없다. 다만 주요 IT소재 및 부품 업종 중에서 기업 경쟁력이 있거나 R&D 투자 비중이 높은 업체 시세가 강하게 나온다면 이것은 변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

2) 지금 잘 나가는 성장국 주식이 보다 강하게 올라 한국이 덩달아 올라가는 경우다. 즉, 중국이 오버슈팅하는 경우다. 차이나 오버슈팅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KOSPI 레벨 업을 위한 직접적인 동력이 될 전망이다.

중국 비유통주의 유동화가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2/4분기와는 달리 중국 본토 주식이 강한 것을 보면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1500을 넘기 위해선 중국의 오버슈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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