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만 잘 하면 된다'고?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7.03.21 12:52

[사람&경영]소중한 일을 먼저 하라

막내 딸 지연이는 공부 잘 하는 언니에 비해 매사에 의욕이 없었다. 책상 앞에는 앉아 있지만 늘 생각은 다른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성적은 늘 중간을 왔다 갔다 했다.

같은 형제인데 공부에 너무 차이가 나니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하고, 야단도 치고, 공갈과 협박도 해 봤지만 잘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연이를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유학 간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지연이는 많이 변했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넘친다. 늦게 나마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공부한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지연이의 고백이다. “예전에 나는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렇게 공부를 안 했는지, 뭘 어쩌자는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애들 때문에 속을 썩이는 부모가 있다. 넉넉치 않은 살림이지만 자식 공부 잘 시켜 보자고 학군 좋은 곳으로 옮기고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영 투자 대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우선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머리는 비틀스보다 더 길고 제임스 딘처럼 불만으로 가득찬 눈빛을 하고 있다. 세상에 모든 고민은 혼자 짊어진 듯한 표정이다. 한동안은 컴퓨터 게임에 미치더니 요즘은 그것도 아니다. 매사에 의욕이 없이 비실비실하더니 급기야 며칠 가출 비슷한 것을 했다.

그러다 집에 돌아와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자기절제가 안 되었던 애들이 그나마 학교를 그만 두면 어떻게 되겠는가? 참 답답한 일이다.
 
요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죽치고 있다는데 애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화가 난다. 도대체 뭐가 그다지도 힘들다는 것인지,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는지…

분명 이들은 나중에 이런 소리를 할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됩니다. 대학을 제대로 나오지 않으니 취직도 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 때 두들겨 패서라도 공부를 하게 하지, 왜 가만 놔 두셨습니까?…”
 
잘 산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 무언지를 찾고 소중한 일을 우선적으로 하는 데 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중한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귀찮고 어렵다는 이유로 소중한 일을 늘 멀리하려는 본성 때문이다.

학생에게 가장 소중한 일은 무엇일까? 두말 할 것도 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 미래에 효용성 있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식적으로, 인격적으로, 체력적으로 몸과 마음을 닦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공부가 중요하긴 하지만 컴퓨터 게임이 재미있으니 나중에 한다면서 계속 미룬다면 어떨까? 고 3 학생이 삶의 질 운운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 둔다면, 초년의 젊은이가 일이 너무 많고 놀 시간이 없어 힘들다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집에서 논다면 어떨까?
 
불효자는 소중한 것을 뒤로 미루다 일을 당한 사람이다. 부모님은 언제까지 살아계실 거란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그래서 늘 부모 관련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상갓집에서 가장 많이 운다. 우는 정성의 1/10만 살아 계실 때 투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을 못해 몇 년째 놀고 있는 젊은이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그 때 좀더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공부했으면 훨씬 수월하게 취직을 할 수 있었을텐데….
 
가정을 버리다시피 회사 만을 위해 충성을 다 하는 중년 아저씨도 비슷한 경우이다. 이들은 가족을 위한다는 핑계로 모든 시간을 밖에서 보낸다. 자식이나 배우자는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고 자신이 돌아올 날만을 생각할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돌아와보면 자식들은 이미 멀리 떠나고 없다. 이처럼 소중한 것을 먼저 하지 않으면 후회밖에 얻을 게 없다.
 
얼마 전 지인 한 사람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었다. 정말 열심히 살던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밝은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사건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정말 삶이 허무해요. 그렇게 일찍 갈 걸, 뭐 그렇게 발버둥을 치면서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하루하루 그렇게 열심히 살다 갔으니까 훨씬 후회가 덜 할거예요. 잘 살다 간 거예요…”라고
 
죽음을 앞 둔 자신을 상상하면 정말 소중한 일이 무언지 좀더 명확해진다. 늘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를 좀더 열심히 살 수 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면 그만큼 후회가 줄고 기쁨이 배가 될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소중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다. “중요한 일이 사소한 일 때문에 뒤로 밀려서는 안된다.” 괴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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