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미학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2007.03.20 12:42

[하민회의 이미지리더십]부드러운 리더십이 강하다

"힘을 빼세요. 자, 어깨에 힘부터 빼시고… 깊게 숨을 내쉽니다. 자, 이제 온 몸의 힘을 한번 빼봅니다."

골프에서부터 재즈댄스, 태보, 요가까지 이런 저런 운동을 두루 섭렵해 배워오면서 최근 깨달은 것이 바로 '힘빼기의 미학'이다.

파를 잡고 나면 힘이 들어가 오히려 다음 티샷을 망치기 쉽고, 재즈댄스에서는 쭉쭉 뻗은 선을 보여줄 요량으로 어깨에 힘을 주면 균형이 깨져 템포를 잃는다. 아예 온 몸의 힘을 빼고 릴렉스를 하지 못하면 다칠 수도 있는 것이 요가다. 근력을 키우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이 오히려 힘을 빼는 것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듣기에는 쉬운 이 '힘을 뺀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 생각대로 의지에 의해 쉽게 되지 않는다. 사람은 힘을 빼는 것보다는 힘을 주는 것에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을 기울인다.

무의식에 각인되어 몸이 기억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 다소 번거로운 이 과정을 거쳐 힘을 주어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조절할 줄 알게 되면 그 운동은 훨씬 쉽고 편해질 뿐 더러 폼도 예뻐진다. 당연히 결과도 좋다.
 
리더십에도 '힘 빼기' 미학이 필수적이다. 원칙이라는 골격은 반듯하게 세워져 있어야 하지만 골격을 받치는 근육은 유연할수록 움직임은 아름답고 민첩해진다.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리더가 익혀야 할 것은 무엇보다 불필요한 힘을 버리는 법이다.

어지간해서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거나 항상 무서우리만큼 진지한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는 것, 업무적인 말 외에는 개인적인 안부말을 건네는 경우가 좀처럼 없는 것, 그리고 상사와 부하 혹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넘어서지 않는 태도 등이 대표적으로 보여지는 '힘이 들어 간' 모습들이다.

이들은 보여주는 모습 못지 않게 내면에 견고한 벽을 쌓고 지낸다. 하루 종일 긴장 속에 사는 그들은 훨씬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빨리 지칠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 이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긴장은 풀어버리라는 뜻이다. 매 순간 모두에게 빈틈없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과나 역할에 대한 한정적인 틀이나 지나친 부담감을 갖는 것 역시 버려야 한다. 자연스러움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리더이기 이전에 따뜻한 가슴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주변인을 대할 때, 보다 진솔한 관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직원들의 인사를 받기 보다는 "좋은 아침!" 하는 경쾌한 인사를 건네며 들어서고 "아들이 고3이 되었다지? 마음 많아 써주시게." "요즘도 등산 다니나?" 종종 정이 담긴 안부를 묻기도 한다.

어쩌다 직원에게 커피를 한 잔 타주기도 하고 신입사원에게 PDA 사용법을 배울 때도 있다. 회사 앞 설렁탕 집 주인 아주머니와는 이십여 년째 단골로 지낸다. 이렇게 인간미가 풍기는 CEO야말로 군더더기 긴장을 던져버린, 유연하게 조직을 이끌 만반의 준비가 된 사람이다.
 
중국의 장쩌민 전 주석은 힘빼기 미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 정치적인 통제와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중국의 새로운 국가상을 제시했던 그는 외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면 이태리 가곡인 '오 솔레미오'를 불렀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해서는 미모의 여성과 탱고를 추었고 모스크바에서는 유창한 러시아어로 스피치를 했다.

중국 사회주의의 이상을 추구하던 공산당 원로들과 중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선도한 젊은 개혁 세대를 끌어안고 오늘의 중국을 만든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참으로 그다운 행동이었다.
 
힘빼기 미학을 아는 리더는 버드나무와 같은 강인함을 보인다. "절망이다. 끝이다."와 같은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며 마구 밀어붙이거나 불 같이 화를 내지도 않는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다가서고 상대가 편안하게 여기는 상태에서 협조와 조력을 구할 줄 안다.
 
최근 나는 태극권을 배우고 있다. 곧게 빠르게 지르는 동작이 없이도 마치 무용 하듯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힘빼기 미학'을 다시금 온 몸으로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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