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 큰 이명희, 깍듯한 정용진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 2007.02.27 15:37

2억 가까운 명품백 '비즈니스'한 이명희회장...귀기울인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 이명희(64) 회장은 지난 26일 저녁께 오픈예정인 신세계백화점 본관을 찾았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공식 프리오픈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일반인들이 뜸했던 시간을 택했다.

신세계의 30년 숙원인 본관 그랜드 오픈에 앞서 하루라도 더 빨리, 더 자세히 보고픈 마음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회장은 이번에 신세계가 단독 유치한 에르메스 매장에 이르러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일부 기자들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선뜻 1억9600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에 대해 “오더할께”라는 말을 남겼다. 이회장으로서는 명품백 오더가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단독 유치에 대한 감사표시, 즉 일종의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지난해 ‘당당한 상속’으로 사상 최대의 증여세를 내겠다고 밝혀 재계의 큰 화제가 됐던 이회장의 통큰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이회장은 이날 또 “얼마나 애 썼어요”, “아, 잘됐다”, “이걸 원했거든요, 잘 바꿨다” 등 특유의 소탈한 언어로 본관 오픈일정에 지친 신세계 관계자들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본관 오픈기념 퍼포먼스를 연출했던 바네사 비크로포트의 손을 붙잡고는 “시간나면 우리 찜찔방이나 같이 가자”는 파격을 자연스레 연출해 보이기도 했다. 이 장면에서는 영락없이 친근한 ‘동네 아줌마’였다.

이에 비해 이날 시종일관 어머니 이회장의 뒤를 바짝 따라 붙으며 수행했던 신세계 정용진(39) 부회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주로 구학서 부회장과 이영재 본점장이 이회장의 좌우에서 발을 맞추며 브리핑을 했던 터라, 정부회장은 수행 내내 말 한마디 입 밖에 내질 않았다.

대화도중 간간이 어머니 이회장의 팔짱을 살짝 끼며 살갑게 굴던 정유경(35) 조선호텔 상무와도 대비됐다.

대신 정부회장은 이회장의 말 한마디를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날만큼은 이회장을 어머니가 아니라 신세계 회장으로 깍듯이 모시는 모습이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숙제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보였다. 재벌 오너가의 보이지 않는 규율이 느껴지는 듯 했다. 신세계 후계자, 정용진 부회장의 어깨가 이날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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