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대책 12번 남긴것은?

머니투데이 이승호 기자 | 2007.02.24 10:15
4년간 12번의 대책, 서울 집값 35.8% 상승, 종합부동산세, 총부채상환비율(DTI),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

'세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무엇일까. 정답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이다.

최근 시중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꼬는 유머들이 넘쳐나고 있다. 4년간 '집값 안정'이라는 대전제를 지켜내기 위해 평균 3~4개월에 한번 꼴로 내놓은 각종 부동산대책들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대통령마저도 "부동산 말고 꿀릴 것 없다"고 정책 실패를 자인할 정도.

재미있는 것은 부동산 전문가들도 참여정부가 12번에 걸쳐 쏟아 놓은 부동산대책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유머만은 아닌듯하다.

참여정부는 다른 역대 정부와 달리 일관된 부동산대책을 추진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럼 그 주장이 맞는지 어깨에 힘을 빼고 인내력을 갖고 검증해 보자.

건설산업연구원은 얼마 전 재미있는 자료를 내놓았다. 핵심 요지는 참여정부의 '1·31대책'까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50건이고, 이 가운데 32건은 투기억제, 18건은 건설 및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시간을 2003년으로 돌려보자. 참여정부는 그해 무려 3번의 대책을 내놓았다. 5.23, 9.5, 10.29대책이 그 주인공. 5.23대책의 핵심은 투지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지정과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와 충남의 행정복합도시 주변의 땅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수도권과 충청권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

정부는 이어 서민주택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명분 하에 재건축 아파트의 중소형 의무건설 비율을 60%로 하고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등을 강화하는 9·5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대책들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참여정부 첫해 부동산 정책의 종합판인 10·29 대책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투기지역의 주택담보 인정비율을 40%로 끌어내렸다. 판교 신도시도 앞당기기로 했다. 특히 1가구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중과함으로써 세금을 통한 규제 정책이 본격화 된 것이다.

정부는 2004년에도 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거래신고제 시행과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제한(2.4대책)하는 한편, 거래세를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11.29대책)를 신설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2003년 10·29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불과 1년도 지나지도 않아 다시 끓어올랐다. 초저금리와 막대한 토지보상비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밀려든 것.

정부가 부랴부랴 제2차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것이 2005년 8·31 대책이다. 종부세의 가구별 합산과 과세대상 주택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조정한 것. 특히 2008년부터 재산세 과표적용률을 매년 5%P씩 인상해 2017년까지 100%로 만든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모든 주택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것과 5.4와 5.6대책으로 내놓은 1가구2주택자의 양도세 실거래가에 대한 과세를 2006년부터 적용하고 양도세율을 2007년부터 50%로 중과한 것도 이 때다.


8·31대책은 참여정부가 상상 가능한 모든 규제책을 총망라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시장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때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는 조짐이 뚜렷해졌다.

시장 전문가들 입에서는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 대신 '정부 말 믿다가 돈 버는 사람 보았느냐'는 비아냥이 대세를 이룬 것이다.

콜금리가 3.25%로 떨어져 유동성이 넘쳐 흐른데다 정부가 발표한 200만평 송파 신도시 등은 실제 입주까지 3~4년의 시차가 있었던 탓이다.

시장의 예측대로 8·31대책은 넉 달을 넘기지 못하고 약발이 약해졌다. 2005년 연말부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먹거리기 시작한 것.

정부는 허둥대기 시작했고, 결국 2006년 들어 3.30대책과 11.15대책을 또 내놓았다. 재건축 개발이익을 최대 50%까지 환수하고 5년간 연간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신도시 분양가를 25% 인하하고 투기지역내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담보대출요건을 총부채상황비율의 40%이내로 묶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도입되고(3.30대책), 11.15대책으로 주택담보 인정비율(LTV) 규제가 훨씬 강화된 것이다.

세금을 통한 규제정책에서 금융을 통한 규제 정책으로의 전환시점이 이때다. 부동산 시장에 제대로 된 복합처방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때를 같이해 2005년 10월부터 3년만에 콜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 이후 1년간 콜금리는 5차례 인상돼 4.5%까지 올랐다.

2006년 10월 당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느닷없이 검단·파주 신도시 계획을 흘리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의 정책 급선회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건교부 내에서는 ‘검단·파주로도 안 되면 앞으로 신도시를 무제한 세우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세금과 금융정책, 그리고 공급 확대 등 3박자의 정책 조합이 톱니를 맞추며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공격적인 부동산정책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올해 들어 1.11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내 민간택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다. 또 채권매입상한액을 90%에서 80%로 바꿨으며, 투기지역내 아파트 담보대출을 1인2건에서 1건으로 제한했다.

또 1.31대책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장기임대주택 260만호를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9년까지 매년 평균 7조원씩 총 91조원 수준의 '임대주택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민간이 주도하던 주택시장에서 공공부문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11과 1.31대책의 핵심 내용인 분양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문제는 국회 입법화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냉온탕 부동산 정책은 지난 4년 동안 서울의 집값을 35.8%나 올려놓았다. 수도권은 34.1% 올랐지만 부산은 2.1% 하락했다.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만 뚜렷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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