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신도시도 예술적으로 만들었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7.02.15 12:33

[CEO에세이]아름다움이 곧 힘..기업 내면도 함께 가꿔야

흔히 수원성이라고도 하는 화성은 18세기말 정조대왕 시절 건축된 성채다. 동양 성곽의 백미, 또는 18세기 실학의 결정체라는 격찬을 받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다.

산과 구릉, 도량과 연못 등의 자연지세를 이용하여 축조된 성곽의 시설물들은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도 거대한 예술품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음을 한껏 뽐내고 있다.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정조의 아버지는 뒤주에 갇혀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항상 슬퍼하던 정조는 선친의 무덤을 경기도 양주에서 지금의 화성시 화산으로 옮기면서 새도시를 만들었다.

서울을 지키는 중요지점에 행궁을 포함한 새도시를 건설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래서 정치력의 한계로 못 다 이룬 개혁을 화성이라는 신도시 건설로 이룩해 보려는 정조의 의도가 낳은 결과물로 화성을 보기도 한다.

당시 다산 정약용은 영의정 채제공의 총감독 아래 화성 축조를 위해 거중기 등을 고안해서 활용키도 했다. 이렇듯 화성은 정치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탁월한 성과물이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아름다움은 곧 경쟁력

축성시 모든 것을 깐깐하게 챙기는 정조를 향해 신하들의 불만도 컸다. “목숨 걸고 적과 싸워야 하는 성을 왜 이렇게 아름답게 지으려 합니까?” 정조는 일갈했다. “아름다움이 바로 힘이 아닌가!”

아름다움은 힘이고 경쟁력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아무런 노력없이 창조도 감상도 불가능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知則爲眞看)”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머리말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조때의 문장가인 유한준(兪漢雋)이 당대의 수장가였던 김광국의 화첩 ‘석능화원’에 부친 발문에서 따온 것이다.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이 아니다.”그래서 아름다움은 창조자의 것인 동시에 감상자와 소비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도자기는 절묘한 아름다움과 섬세함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랜 역사 속에서 도자기는 음식을 담는 기능을 뛰어 넘어 아름다움으로 세계를 덮은 최대의 교역상품이었다. 한국의 행남자기와 한국도자기 모두가 아름다움으로 세계시장을 뚫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일찍부터 ‘신경영’을 주창했다. 과거의 양(量)위주에서 질(質)중심으로의 사고 전환을 촉구한 것이었다. 2004년에는 이태리 밀라노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창조경영’을 외치고 있다. “20세기 경영과 21세기 경영은 다르다. 21세기엔 디자인 마케팅 연구개발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창조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멋진 외양도 중요하나 마음씨가 아름다워야

섹시한 칼라와 디자인으로 핸드폰 초콜렛폰은 그 이름만큼 소비자들의 열열한 사랑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아름다움에 기꺼이 댓가를 지불하며 열광한 것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선진국 자동차에 비해 한국산 자동차는 아직도 왠지 엉성해 보인다. 디자인 때문이다.

아름다운 음악이나 특이한 소리가 감성적 소비시대에 더욱 강조되고 있다. TV광고 중에서 46%가 어떤 형태로 든 음악을 사용했다는 조사가 있다. 펩시 콜라의 청량감 넘치는 병 따는 소리는 엽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졌다. 상쾌하고 오묘한 병 따는 소리는 사실 여러개의 콘돔을 겹쳐서 풍선처럼 부풀린 후 짧은 순간 그것을 담뱃불로 터트린 것이었다.

아름다움은 경쟁력의 필수 조건이지만 외양보다 마음씨가 중요하다. 아무리 디자인이 멋지고 음악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해도 기업의 내면이 아름답지 못하면 그것은 괴물일 뿐이다. 쩍하면 비자금과 분식회계 등으로 검찰과 법원에 왔다갔다하는 CEO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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