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부회장, "이마트 상품 새판짜겠다"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 2007.02.01 07:57

부회장 취임 2개월 인터뷰...집무실엔 '顧客第一'


31일 낮 12시 조금 넘어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사 19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집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정부회장의 외할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립주의 초상화였다.

반대편에는 지난 1987년 신세계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직접 썼다는 ‘고객제일(顧客第一)’의 휘호가 걸려있었다.

정부회장은 출근길에 기자와 잠시 얘기했던 이마트의 PL 전략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PL(Private Label)이란 제조업체 대신 유통업체 브랜드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플러스, 이베이직, 자연주의 등이 이마트의 PL브랜드들이다.

“선진국 유통업체를 다녀보면 유통업체마다 상품이 모두 달라요. 이게 모두 PL상품 때문입니다. 각 유통업체가 그들만의 상품으로 승부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달라요. 이마트와 동네슈퍼를 비교하면, 중복 상품이 거의 85%나 됩니다. 이마트로 고객을 모으려면 이마트만의 우수한 상품이 더욱 많아야 합니다.”

“이마트 PL, 잘하고 있지 않냐”고 다시 묻자, 정부회장은 “그렇지 않다. 이마트 PL에 대한 전체 판을 새로 짜려고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1일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 단계 승진한지 2개월을 맞은 신세계 정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신세계 본점에 갔다. 정부회장은 일주일중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신세계 본사에, 화요일과 목요일은 이마트 본사로 출근한다.

아침 9시경 검은 색 에쿠스에서 내린 정부회장의 손에는 두 권의 외국서적이 들려있었다. 출근길 차안에서 책을 읽는 듯 했다. 19층 집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부회장에게 “요즘 관심을 가지시는 분야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마트 PL”이라고 대답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수십 초간의 대화는 궁금증을 남기고 그쯤에서 중단됐다. 대신 “시간나면 차 한잔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11시50분경 19층 집무실 앞에 서자, 비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장인 이영재 부사장이 보고중”이라고 알려왔다. 보고는 정오를 넘겨 12시10분까지 계속됐다.

정부회장은 최근 용평 스키장에 휴가를 갔다, 경쟁사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삼척점에 들른 얘기를 전했다. “제가 영국 테스코의 PL상품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데, 삼척점에 가보니 영국에서 봤던 PL상품이 고스란히 들어온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선진 유통업체와 경쟁해 이기려면 지금의 이마트 PL상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회장의 얘기다. 지금처럼 단순히 겉포장만을 이마트 브랜드로 하거나 용량을 조금 더 많게 하는 게 아니라, 눈 높은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주문자 생산 상품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정부회장은 또 오는 2월말 예정돼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오픈과 관련해 “사실상 우리가 명동에 처음 진입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오픈후 둘째 해까지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들의 쇼핑행태를 바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 서울 강남의 톱 백화점으로 자리 잡은 신세계 강남점도 오픈 초기 3년 동안 실적이 좋질 않았다는 게 정부회장의 얘기다.

(재혼과 관련해)‘올해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느냐’고 떠보자, 그는 “토정비결은 좋더라”고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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