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씨, 외환銀 매각 사건은 또하나의 산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7.01.29 14:08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지난해 6월30일 구속기소된 후 7개월 동안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해 6월14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송치되면서 변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변씨의 첫번째 법정 투쟁은 승리로 끝났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라는 또하나의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유무죄' 가른 김동훈씨 진술 = 이번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현대차로부터 돈을 받아 건넸다는 김동훈씨의 '입'이었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직접 증거로는 피고인 김씨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적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4월11일 검찰에 전격적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6회 검찰 조서 작성 때부터 관련 기관에 대한 금품 제공 사실을 전면 시인했다.

그러나 돈 제공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김씨의 진술밖에 없는데다, 돈을 제공했다고 지목된 인사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해 진실 공방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씨는 박상배씨와 대학 동창, 이성근씨와는 고교 동창이어서 어느 한쪽은 인간적으로도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셈이었다.

따라서 재판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든 피고인이 유죄이거나, 적어도 김동훈씨를 제외한 대부분의 피고인이 무죄일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했다.

◇알리바이 논쟁이 변씨 '무죄' 이끌어내 = 그러나 재판부는 변씨에 대한 뇌물 제공에서는 김씨의 진술을 배척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서는 김씨 진술을 그대로 인정했다.

변씨 무죄 판단은 시종일관 '알리바이' 논쟁으로 끌고 갔던 변호인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동훈씨가 재경부 청사를 찾아가 변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이나, 르네상스호텔 인근 일식집에서 변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논박하기 위해 국회와 은행연합회 등에서 구한 자료와 PDA에 기록된 일정을 재판부에 제출하고 현장검증을 벌인 결과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반면 별다른 알리바이를 대지 못했던 다른 피고인들은 모두 실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행정고시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 대표까지 지낸 경력이 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을 들어 "김씨가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김씨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서 진술했다고 하기에는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 위아와 아주금속의 채무 탕감은 그룹 기조실에서 추진된 사안으로, 금품 제공 동기가 분명하다는 점도 판단 이유로 제시했다.

현대차 계열사 로비 사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재판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변양호씨 또하나 넘어야 할 산, '외환은행 매각 사건' = 무죄 판결로 어느 정도 명예 회복이 이뤄지게 됐지만 변씨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변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2003년 외환은행 외환은행 매각 사건과 관련해 3443억~8253억원의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따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변씨는 현대차 로비 사건으로 지난해 6월14일 구속 기소돼 같은해 11월3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으로 두차례나 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된 끝에 불구속 기속됐다.

일부에서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 편의를 위해 변씨를 현대차 계열사 로비 사건으로 구속했다는 이른바 '별건 구속'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변씨의 변호인인 노영보 변호사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수사 선상에 올랐던 변씨를 다른 사건으로 구속해 장장 144일 동안 외환은행 사건에 대한 구속 수사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변씨는 현대차 로비 무죄 판결을 받고도 "외환은행 매각 사건도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는 등 부담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 변호사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인력이 다수 투입된 만큼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재판은 론스타 측 로비스트로 활동했다고 검찰이 밝힌 바 있는 하종선 현대해상 대표와 변씨와의 관계, 하씨가 변씨에게 줬다는 4174만원 상당 금품의 존재와 성격, 변씨가 보고펀드 출자금으로 외환은행으로 400억원을 받게 된 경위 등 보다 많은 쟁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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