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3G 경쟁에 멍드는 '위피'

윤미경 기자 | 2007.01.22 08:35

'위피' 뺀 3G중저가폰 출시 움직임..콘텐츠-단말기업체 흔들

지난 2005년 4월부터 민간기업들의 자율협의에 의해 휴대폰에 의무 탑재되기 시작한 토종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가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찬밥신세로 전락할 판이다.

'위피'는 이동통신업체별로 서로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 규격 때문에 콘텐츠개발업체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여러 개의 플랫폼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없애려고 개발됐다.

당시 휴대폰제조사와 이통사, 콘텐츠개발업체가 주축인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은 '위피'를 국내 기술표준으로 채택했고, 이로 인해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통상압력에 시달렸다. 미국은 퀄컴에서 개발한 '브루'가 '위피'의 기술표준 채택으로 시장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 탓이다.

오랜 줄다리기끝에 '위피'와 호환성을 갖춘 '브루'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면서 '위피'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상호접속 고시를 통해 모든 휴대폰에 의무 탑재됐다. 그로부터 2년간 이동통신 무선인터넷 시장은 급팽창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 콘텐츠 시장도 눈부시게 커졌다. '위피'가 일조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듯 어렵사리 자리매김한 '위피'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KTF가 '위피'를 뺀 3세대(G) 휴대폰을 내놓겠다고 하면서 KWISF 소속 업체간의 이해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KTF는 무선인터넷 기능은 빼고 음성과 화상통화, 문자메시지만 가능한 20만~30만원대 중저가 3G 휴대폰을 선보일 작정이다.

KTF는 '위피'를 뺀 3세대 중저가폰을 공급하려는 이유에 대해 '탄력적인 단말기 공급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노키아나 모토로라같은 업체와 협상하는데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위피'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상 이유인 것같고,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


KTF는 현재 절체절명의 목표로, 3세대 이통시장에서 SK텔레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4000만명이 넘는 우리나라에서 3세대 시장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2세대 가입자를 흡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KTF의 '위피'를 뺀 중저가폰 공급전략도 결국 2세대 가입자 특히 SK텔레콤 2세대 가입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2세대와 달리, 3세대 고속영상이동전화(HSDPA) 휴대폰은 보조금도 넉넉하게 줄 수 있기 때문에 20만~30만원 중저가폰으로 '공짜폰' 마케팅도 가능한 영역이다. 이처럼 KTF가 20만~30만원대 중저가폰으로 3세대 시장공략에 나서면 SK텔레콤도 가만있을 리 없다. 무선인터넷도 안되는 3세대 휴대폰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KTF 입장에선 '1위'를 쟁취하기 위해 2세대를 버리고 3세대에 '올인'하면 그만이겠지만, 콘텐츠업체나 단말기업체는 피멍이 들 수 있다. 그동안 모토로라, 노키아 등이 '위피' 장벽 때문에 섣불리 한국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는데, 3세대 중저가폰 시장이 열리면 외산 휴대폰이 물밀 듯 밀려올 것이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100여개에 이르는 콘텐츠업체들은 존폐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제 갓 뿌리내린 어린 싹을 장마에 휩쓸리게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한 기업의 야망 때문에 업체들이 어렵사리 합의한 '위피'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물론 '위피'도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마냥 한국형으로 머물 수는 없다. 앞으로 '위피'를 족쇄로 만들 것인지, 날개로 만들 것인지는 관련업체가 함께 나눠야 할 짐이자,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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