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두 음악가 정명훈과 김대진, 그리고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2007 머니투데이 신년 음악회가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두사람의 첫 만남에 대한 기대속에 2700여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이날 무대에 올려진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지난 해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서울시향이 올해 기획한 브람스 스페셜을 시작하는 시점에 선택된 특별한 의미의 두 곡이다.
베토벤을 떠나보내고 브람스를 새롭게 선보인 서울시향은 정명훈 예술감독의 카리스마 아래서 기대이상의 성취를 보여주었다.
'황제'는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음표를 잡아끄는 듯 흡인력 있는 강력한 타건 속에서도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는 절제된 연주를 보여줬다. '황제'가 갖고 있는 장엄하고 웅대한 기품이 김대진 특유의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무대로 되살아났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 심포니의 전통을 가장 충실히 계승한 곡. 중후하면서도 무거운 느낌이 들어 관객들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연은 장중하면서도 정련된 울림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팀파니의 묵직한 연타로 시작된 1악장 도입부터 현(絃)들이 빚어내는 상ㆍ하행 대위구조의 팽팽한 긴장감이 잘 살아났다. 깊고 탄탄한 질감의 현악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섬유로 세밀하게 직조된 느낌으로 목관들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려줬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클라이막스는 4악장에서 절정에 달했다. 서울시향은 드라마틱한 곡의 특성을 마지막 악장에 이르러 폭발시키는 듯한 기량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격정적인 카리스마로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을 완벽하게 장악했던 정명훈 예술감독은 진지하면서도 힘있는 지휘로 관객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연이은 커튼콜과 기립박수에는 목관주자와 타악주자들을 차례로 일으켜 세워 공을 돌렸다.
휘감듯 시작되는 헝가리 무곡 1번이 앵콜곡으로 올려지자마자 객석의 모든 움직임이 멈춰 버렸다.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올해 보여줄 ‘브람스 스페셜’의 순항을 예감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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