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파트에 지구 지킴이를 답시다"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6.11.23 16:01

태양열 조리기 시장 개척한 '가디아솔라시스템' 창업자 가디아 부부 방한

그의 눈은 꿈으로 더욱 빛난다. "우리의 꿈은 모든 빌딩, 아파트 위에 접시를 올려놓는 겁니다. 위성안테나 접시 하나를 달아 집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아파트 위에 태양열 증기 시스템을 세우면 집마다 음식도 하고 냉난방기,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돌릴 수 있어요. 한국의 일조량이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근심으로 더욱 아름답다. "대지(Mother Earth)는 우리 탓에 고통 받고 있어요. 우리의 적은 악마도, 신도 아닙니다. 우리 자신, 인간이에요. 인간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유전자를 조작해 작은 닭이 큰 달걀을 낳게 하고, 나무를 베어 사막을 넓힙니다. 아름다운 지구라는 선물을 우리가 이전 세대한테 받았듯, 미래 세대한테도 잘 물려줘야 해요."

23일, 인도의 사회적 기업가 겸 과학자들이 한국의 청소년들을 만났다. 서울시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의 작은 회의실에서 청소년 환경동아리 '푸른 소리' 회원 10여명과 디팍 가디아(51세, Deepak Gadhia), 시린 가디아(54세, Shirin) 박사는 세미나 중에도 마치 서로의 팬클럽인 양 사진을 찍어댔다.

인도의 사회적 기업, '가디아솔라시스템' 창업자인 디팍 가디아(좌), 시린 가디아(우) 부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러 모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으며 즐거워 하는 이 두 사람은 부부이자 동업자다. 남편 디팍씨는 태양열 조리기 회사 가디아 솔라(Gadhia Solar Energy Systems) 대표를, 부인 시린씨는 보급 책임자를 맡고 있다.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각각 산업공학, 유전공학을 공부하다가 결혼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태양열 조리기는 인도에만 50만6천여대가 보급됐다. 사용자 수만 210만여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인도 티루파티 사원엔 하루 3만명분 식사를 조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태양열 조리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대규모 태양열 조리기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지난해 매출은 700만루피(1억4600만원), 순이익이 15만루피(313만원)이었다. 그런데 올해엔 작업 물량이 두 배로 늘어 매출, 순익도 그 만큼 늘 전망이란다.

올해부턴 CO2배출권 거래사업(CDM)도 시작한다. 인도에 설치한 태양열 조리기들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2012년까지 독일 정부에 판매하기로 계약한 것이다. 1톤당 12유로씩 5500톤을 팔아 나오는 수익은 연 6만6000유로, 약 7920만원 정도다.

인도의 힌두교 사원 티루파티 옥상에 설치된 '가디아솔라시스템'의 대형 태양열 증기 시스템. 이 시스템으로 3만명 분량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가디아솔라시스템


인도 1인당 GDP가 2004년 기준으로 620달러, 우리돈 57만7천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기업의 매출, 이익 규모는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 기업엔 남 다른 점이 있다. 사회, 환경 친화적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벌고 수익 전액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을 알리는 교육운동에 쓴다. 즉, 사회적으로 좋은 일해서 돈 버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기업은 순수익 전액을 인도의 사회단체 '연대환경교육재통합국제센터(ICNEER)'에 기부한다. 시린씨가 이 단체의 대표다. 회사 지분의 100%가 가디아 부부와 조카의 소유이지만 주주들은 배당을 받지 않는다.

이 기업은 고용도 사회적으로 한다. 45명 직원 중 가디아씨 부부만 크샤트리아 계층이고 나머지는 카스트 하위 계층인 수드라 계층이다. 브라만 계층도 없다.


디팍씨는 "우리는 카스트 제도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익은 인센티브 형식으로 전 직원이 나누고, 사내복지도 의료보험부터 모기지론까지 타기업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공된다.

이들이 유학 전부터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우연히 만난 한 독일인 부인이 그들 삶의 행로를 바꿨다.

이들이 출국 수속을 하는데 주독 대사관 직원이 물었다. "인도에 돌아가서 뭐할 거에요?" 이들은 "우리가 배운 고도기술로 인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독일인인 대사관 직원은 외쳤다."끔찍하네요. 고도기술이 한 나라와 지구를 어떻게 망치는데요!"

이후 박사 부부는 고도기술의 쓰임새를 깊게 고민했다. 15년 전 어느 날, 수질관리 일을 하던 아내 시린씨가 제안을 했다. "여보, 인도 가정에 조리기구가 마땅치 않아 문제가 많아요. 우리가 태양열 조리기를 만듭시다."

인도 가정에선 대부분 나무로 밥을 짓는다. 그런데 땔감 값이 사먹는 밥값과 같을 정도로 비싸다. 당연히 식수까지 끊여먹을 여력이 없다. 인도인이 잘 걸리는 병의 60%가 식수 오염에서 기인한다. 생나무까지 베어다 땔감으로 쓰는 통에 대지는 황폐해지고 있다.

한국처럼 정부가 전기, 가스를 싸게 공급하면 되지 않냐고? 인도의 전력난은 유명하다.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사용량이 많을 땐 전력 부족량이 12%에 이르기 때문에 기업마다 별도의 자가 발전 시설을 가져야 할 정도다.

23일, 서울시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회의실에서 청소년 환경동아리 '푸른 소리' 회원 10여명이 인도의 사회적 기업, '가디아솔라시스템'에 대해 들으며 창업자인 가디아 부부를 사진기로 찍고 있다.


인도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아이들이 물었다. "한국은 인도보다 추운데 태양열 조리기를 쓸 수 있어요?" "아파트에서도 쓸 수 있을까요?" 그 자리에 낀 한국의 어른들도 궁금한 게 많다. "한국은 전기, 가스가 쌉니다. 사람들이 과연 태양열 시스템을 쓸까요?"

인도 과학자들은 명쾌하게 답했다. "인도가 한해 250~300일이 맑은 날이에요. 한국은 200일이고요. 충분히 태양열 시스템을 쓸 수 있습니다. 흐린 날엔 충전기를, 아파트엔 태양열 스팀 시스템을 달면 됩니다."

"인도는 석유 소비량의 40%를 국내에서 생산합니다. 그런데도 인도 정부는 태양열 등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할 때 비용의 50%를 대신 내줍니다. 한국에선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죠? 석유값이 올라 못 사오게 되면 어떻게 하죠?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도 생각해서 여러분이 정부에 지원을 요구해야 합니다."

인도에서 온 사회적 기업가 겸 사회적 과학자의 이야기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 104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주제는 ‘태양열 조리기와 CDM 사업.’ 이들은 28일 출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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