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할 수 없는 기준에 대한 대처법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 2006.10.18 12:37

[패션으로본세상]'문제없는 것'보다는 명확한 '특징'이 필요해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쟁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면, 이처럼 못할 일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기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쟁에 임하지만, 무언가 일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상황을 알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디자이너의 예를 들어보면, 많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는 진급의 기준이 불명확할 때이다.

히트 아이템을 많이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진급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급에는 다른 기준이 필요한지, 아니면 디자인 실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성과의 체크라는 것도 명확하지 않다. 이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 중 몇 개가 히트를 쳤는지, 아니면 이 디자이너의 업체관리나 직장내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지, 누군가 특정한 서류에 체크해 나가고 있지 못한 것이다.

특정한 서류가 존재하려면, 사실 세부 항목에 대한 기준이 잘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능력을 평가하는 서류라면, 마감일의 준수와 브랜드 이해능력, 제품의 완성도와 실체매출등을 기록할 수 있는 난이 꼼꼼히 적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주위의 평가와 입소문에 연연하게 된다. 기업의 사장들은 '주위의 평가가 좋은' 실장을 고용하지만, 의외로 주위의 평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매출이 썩 만족스럽게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기준이 없다는 것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든다. 명백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별반 실력없는 사람들이 성격좋다는 이유로 승진을 하기도 하고, 이런 것을 지켜본 갓 사회에 나온 새내기들은 회사의 경쟁력이나 매출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이상한 버릇을 배우게 된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발발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군의 승리를 점쳤다. 병력이나 병참 면에서 북군의 우세는 말할 것이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초반의 전세는 남군의 승리로만 점철되었다.

당시 링컨은 사령관들을 임명함에 있어서 '평가가 좋은 사람들'을 골랐다.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 정도면 별 무리없는 인사'라는 말을 들을 만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바로 그점이 문제였는데, 이 무리없는 사령관들은 딱히 단점도 없었지만 이렇다 할 강점 또한 없는 쑥맥들이었다.

북군이 승세를 기록하게 된 것은, 무언가를 깨달은 링컨이 '술꾼' 율리시스 그랜트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 부터이다. 그는 술꾼이었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사실 총사령관을 선택하는 기준이란, '무리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략계획을 짤 수 있는 사람'임을 링컨은 어렵게 깨달은 것이다.

얼마 전 대학가요제에서 흥미로운 사태가 벌어졌다. 뮤즈그레인이라는 팀의 탈락을 놓고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왜 이 팀이 상을 한 개도 못탔느냐는 것이 이들의 핵심이다. 뮤즈그레인은 적어도, 그 프로를 지켜 본 사람들의 대부분을 매혹시킬, 어떤 강점을 가졌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왜 이들은 아주 작은 상 하나도 타지 못했을까. 네티즌들이 야단법석을 떨자, MBC는 심사자료를 공개하겠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네티즌들이 또 난리라며 3일후면 잠잠해질 것이라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이 시상은 법적으로나 과정상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지는 '네티즌들이 사사건건 쉽게 흥분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고리타분한 변명을 하기 전에, 분명코 젊고 파릇한 세대일 네티즌에게 이 사태가 참을 수 없는 불만으로 다가온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이 공분을 산 이유에는 세상이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 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이 서려있다. 음악이란 귀로 들으면서 직접적으로 간파되는,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대중적 감동을 유발한다. 이렇게 명백한 감동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받았는데도 그들이 등용되지 않는다면, 젊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믿고 사회에 발을 디디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스타가 되는 기준에 대해, 어느 날부터인가 외모되고, 학벌되고, 노래 좀 하면, 이제 필요한 것은 돈이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그러나 시장은 이미 그런 '문제될 것 없는' 사람들에 질려있는지 오래이다.

사람들이 '싸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외모되고 학벌되고 노래 좀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온 세상을 다 뒤져도, 싸이만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강점,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프로 '아메리칸 아이돌'이 발굴한 '판타시아'라는 가수도 좋은 사례다. 그녀는 예쁘거나, 다른 매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보이스와 노래를 해석하는 능력이서 너무도 독보적이었다. 이런 창의적인 가창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또한번 그의 노래를 듣고 싶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며칠 전에야 우연히 대학가요제의 노래를 인터넷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대상을 받은 팀의 여학생도 나름대로 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니고 있었고, 뮤즈그레인의 독특한 매력은 네티즌들의 말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만약 뮤즈그레인에게 아주 작은 상 하나만 수여되었더라도 이 결과는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인재들이 발굴되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혹여라도 이런 사태에 대한 기성세대의 무안함이 더더욱 그들을 외면하는 계기가 될까봐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살다보면 긍정할 수 없는 기준에 너무도 많이 맞닥뜨리게 된다. 아니 사실은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는 더더욱 문제가 없어보이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대답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이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어떠한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 같은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나는 이 대처법은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그 같은 사태가 공공연히 다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면, 속는셈치고 한번 네티즌에게 알려보라.

공분을 살만한 일이면 불은 저절로 번져갈 것이다. 한편 본인의 편혐함이 문제라면 역으로 뭇매를 맞고 정신을 차리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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