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선언' 北, 협상우위 점했나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06.10.04 16:46
북한이 핵실험 선언이라는 강공수를 내놓았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북한 달래기'에 주력해온 정부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물론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빼내든 근본 원인은 북한의 돈줄을 막고 있는 미국의 금융제재다.

핵실험 선언은 북한이 금융제재와 관련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마지막 '벼랑끝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선(先) 6자회담 복귀 원칙을 계속하자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금융제재부터 풀라는 북한과 6자회담부터 복귀하라는 미국 사이에서 양자의 입장을 포괄하는 공동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동분서주해온 우리 정부로선 일단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황망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핵실험이라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지노선'까지 나온 만큼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계획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핵실험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핵실험을 사전에 저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盧대통령 "냉철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
정부는 북한의 핵실헌 선언과 관련 4일 오전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가진 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분명히 재확인하며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보정책조정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냉철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 선언이 협상을 위한 의도일 수도 있고 동시에 실질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상황을 정확히 보고 거기에 비례해서 대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강구하는 한편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초래될 상황에 대해 북한이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순 실장은 "정부는 협상과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되도록 노력을 가일층 강화시킬 것이며 좀 더 강도높은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일단은 핵실험 저지를 위한 외교전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송 실장은 또 "북한이 밝힌 이번 담화의 내용을 냉철하게 보면 그만큼 이런 상황일수록 현재 추진 중인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효용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한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인 반면 미국은 북한의 불법 행위(달러 위조)에 대한 법 집행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금융제재를 먼저 해제할 생각이 없음을 여러 번 밝혀왔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북미 양자의 입장을 포괄하는 공동의 접근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혀왔지만 북한의 핵실험 선언으로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북한도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한 것에 비쳐볼 때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실험 선언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을 던진 것 자체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엔?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 참석 "6자회담 노력이 불발로 끝날 경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천명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통외통위·국방위 연석회의에 출석, "핵실험 가능성에 많은 무게를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송민순 실장은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정부가 취할 조치와 관련,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악화시킨 쪽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분명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것은 현재 상황에서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례없이 단호한 조치이긴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하다.

북한이 노리는 협상의 대상이 미국이라는 점과 이에 따라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앞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려 작심할 경우 이를 예방할만한 사전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北 핵실험 선언으로 득이 더 많다 판단?
게다가 북한의 마지막 '벼랑끝 전술'인 핵실험 카드에 대해 미국은 근본 원인인 금융제재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처럼 경고를 중심으로한 강경한 입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어려움이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와 관련, 이는 대단히 '도발적인 행동'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안을 검토하는 등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핵기술을 확산하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의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했을 리 없다. 다만 북한은 미국이 이러한 강경 입장을 유지해도 핵실험 선언으로 인해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핵실험에 성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핵실험으로 인한 대북 경제봉쇄 등 경제적 손실보다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여기에는 핵실험을 해도 선제 무력 공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깔려 있다.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행동'에 앞서 성명이라는 '경고'부터 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긴 했지만 이미 협상의 주도권은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 자체가 미국이 '벼랑끝 전술'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핵실험을 강행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분명한 입장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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