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잘난 척하게 놔두지마…"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 2006.09.15 12:08

[고현숙의 경영코칭]부하직원과 경쟁하지 말라

아주 예전 일이다. 사회 생활 초기에 상사와 함께 일하면서, 혹시 "이 상사가 나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고 의심한 적이 있다.

종종 내가 내는 기획안이나 아이디어, 결과물들에 대해서 상사는 '나도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었어' 라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근히 표시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메시지는 "너의 아이디어는 대단한 것이 아니야"라는 것으로 느껴졌다. 다른 직원에 대해서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유독 나에게는 높은 기준을 들이대고 깐깐하게 구는 것 같아서 억울했다.

나를 깎아 내린다고 해서 그 상사가 더 얻는 것은 없었다.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말은 못했지만, 속으로 상사에 대한 의심이 심해졌다. '저 분은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으며, 결정적으로 훨씬 많은 파워와 높은 지위를 가진 분인데…. 왜 나를 경쟁자로 대하는 느낌을 받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해석은 나의 '오바'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많은 상사들, 심지어 최고 경영자조차 부하직원이나 후배들에게 일종의 경쟁심을 느끼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보면 뛰어난 직원을 아래에 두고 싶은 것이 당연한데, 마음 속 에고(Ego)덩어리가 가끔씩 우리 어깨 위에 올라 타서 속삭이는 것이다. "저 친구와 너를 비교해 봐. 저렇게 잘난 척하게 놔두지 말고, 너도 똑똑한 사람임을 보여줘!"

뛰어난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이 보잘것 없어지고 괴로워지는 심정은 역설적으로 나르시시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원래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을 타고 나는 것. 나는 선하고 옳다는 생각, 정의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철저하게 객관화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가 좋으면 내가 잘한 탓이고, 성과가 나쁘면 환경 탓을 한다. 타인이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 대체로 사람들은 운이나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성과가 나쁘면 그가 능력이 없는 탓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반성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은 이 심리적 기제 때문이 아닐까.
 
문제는 이것을 인식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부하직원이 적당히 뛰어나면 상사가 행복한데, 지나치게 뛰어나면 상사가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은 똘똘한 부하 직원이 공공연하게 '내 다음 목표는 당신 자리'라고 한다면서, 웃으며 받아주긴 하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다고 하였다.
 
뛰어난 후배, 부하직원을 둔 상사가 그 부하직원을 억누르거나 발목을 잡거나 남들 앞에서 평가절하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그렇게 할수록 상사는 일이 꼬이고 평판이 나빠지고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오히려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안내해 주는 것이다.

그에게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기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커나갈 수 있도록 경력관리를 도와주라. 그러면 나중에 당신은 그에게 '나를 성장하도록 도와준 괜찮은 상사'라고 기억될 것이다.

만약 그를 시기심과 경쟁심으로 대한다면? 당신은 아마 현재의 상사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조직 전체에 부정적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당신의 어깨 위에 올라 앉은 미숙한 에고 덩어리가 더 이상 당신을 휘두르게 놔두지 말라.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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