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금융권 CEO의 리더십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 2006.08.22 10:48
 골프 퍼팅에서 홀을 지나가게 공을 치는 게 정석이라고 한다. 지나치도록 해야 홀에 들어가든지, 말든지 하기 때문이다. 너무 세게 치면 공이 홀을 지나가 버리게 되지만 아예 미치지 못하면 들어갈 기회가 없다.

M&A게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꼭 먹어야 한다면 이론적 적정가를 스칠 정도로 높게 베팅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LG카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신한금융지주 주가 움직임을 보면 정말 베팅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절묘하게 베팅이 된 듯하다. 신한지주 주가는 현재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이번 LG카드 인수를 위한 입찰 전만 해도 이런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인수후보들 모두 전문경영인이 지배하는 `새가슴' 금융그룹들인데 오너십이 확실히 있는 제조업처럼 배포있게 크게 지를 수 있겠느냐"고.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신한지주나 하나금융이나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주당 입찰가보다 무려 1만원 이상 더 비싼 값에 `질렀다'. 신중한 이미지가 강한 신한금융이 승부근성의 하나금융에 간발의 차로 앞섰다는 점도 놀랍다.

 승패를 가른 간발의 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명쾌하지 않다. 운일 수도 있고, 정보력의 차이일 수 있으며, 정성이나 인수에 대한 간절함 정도의 차이일 수도 있다. 메가 M&A마다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의혹도 이번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게임에서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지배구조가 성장에 갖는 의미다. 두 그룹 모두 라응찬과 김승유라는 두 걸물의 확고한 리더십에 의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두 사람 모두 밑바닥에서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실력으로 승부하면서 그룹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두 사람 모두 주주의 신임이 각별한 것도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전문경영인 지위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오너십에 가깝다. 그런 리더십이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이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생각이다. 이번 LG카드 인수전에서도 그러한 주주들의 신임과 강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두 그룹 모두 강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이는 다른 금융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생각해볼 점을 던져준다. 특히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이 그렇다. 국민은행은 자산 1위로서 정부가 만드는 금융구도의 주축이라는 이유로, 우리금융 역시 정부가 공적자금을 넣어 정책적으로 만들었다는 태생적 한계로 CEO 인선과 지배구조가 외풍을 많이 탄다. 이는 두 그룹의 미래와 관련해 참으로 불안한 대목이다.

할 만하면 CEO가 바뀌는 구조에선 장기 성장전략과 자기만의 조직문화를 가꿀 여유가 없다. 행실 바르고, 성과 좋고, 리더십도 좋다면 현재 CEO가 2연임, 3연임 해나가며 후계구도까지도 자체 재생산하는 그런 지배구조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우리금융 황영기 회장,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등 금융그룹 CEO가 무더기로 임기만료를 맞는다. 내년 이들 그룹의 CEO 선임은 우리나라 금융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유능한 사람 밀어내고 `∼감'이 안되는 사람들이 정치권, 정부에 줄대며 `한번 해먹겠다'고 나서는 모양새가 된다면 금융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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