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월에 이어 8월에도 시장예상과 달리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각계의 의견과 시장의 예상을 잇따라 뒤집은 것은 소통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단의 평가는 결국 한은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독립성으로 포장한 외골수인가라는 의문이다.
한은이 최소한 이성태 총재 취임 이후부터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물가상승 우려에 대비해 콜금리를 중립수준까지 높여 나가겠다고 밝혀 왔고 지난달 금통위 때까지도 아직 중립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도 한은이 연내에, 최소한 한번은 더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인상의 시점이 시장과 한은 사이에서 자꾸 엇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가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지난 6월이 그랬고 8월도 마찬가지였다. 두번 모두 시장은 '동결'을 예상했지만 한은은 '인상'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도 한번 전과(?)가 있었던 한은이 8월에도 사고(?)를 치면서 한은이 시장을 무시한 외골수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설명회에서 "이번 금리 결정은 매우 어려웠다"는 말로 말문을 열 정도로 고심했음을 내비쳤지만 '모두 다 힘들다고 하는데, 한국은행은 딴 나라 사람이냐', '금통위원들이 나름대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린만큼 앞으로 경제에 대해 책임을 져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시장의 예상과 맞으면 좋고 틀리면 잘못된 것인가"라며 "시장도 콜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으로 갈려면 한번 정도 더 올려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어차피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던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정치권, 재계 등에서는 지금 금리를 올릴 상황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은의 경제 진단은 "아직도 성장궤도에 있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제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통화정책을 잘 펼치라고 금통위원들을 뽑아 놓은거 아니냐"며 "그런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한은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 10일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할 때라고 밝혔다. 콜금리가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적수준 가까이 올라왔고 경기하방 압력까지 생겨 지금까지의 금리인상 기조를 재점검할 때라는 것. 이 총재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 볼때 수정된 통화정책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간을 두고 나타날 정책결과의 이 총재가 이끄는 통화정책 스타일이 독립성인지 외골수인지는 심판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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