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라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 2006.08.11 12:21

[성공을 위한 협상학]협상을 즐겨야 협상을 잘 한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라'(Don't sweat the small stuff)

지금도 여전히 유명한 리처드 칼슨의 책 이름이다. 원래 제목보다 한글로 번역한 제목이 더 멋있다. 하지만 이 말은 여전히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경구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말라! 그러면 협상에서는? 역시 그렇다. 내 지인의 이야기다. 우연히 들른 고서점에서 조선시대에 발행한 휘귀 고문서를 발견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대번에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자. 그 고서점 주인도 이런 고문서를 제법 사고 판 사람이지만, 보아하니 이 고문서의 가치는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고문서를 좀 싸게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지인은 그 고문서를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짐짓 일제시대에 발행된 평범한 책 한 권을 흥정했다. 그러다 넌지시 이 고문서를 끼워 넣었다. 그 평범한 책 한 권을 조금 비싸게 사는 대가로(그래 봤자 주인이 부르는 가격을 약간 적게 깍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 고문서를 거저 얻은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경우에 처했을 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때때로 - 아니 대부분의 경우 - 그 대상에 집착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그 고서점 주인에게 ‘내가 이 책에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그 주인이 내가 그 책에 거는 기대를 알게 되면 그 주인 역시 자신의 기대치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자기가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을 수록 딴 짓(?)을 하는 여유가 필요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집을 꼭 팔아야 해’ ‘이 거래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해’ ‘이 계약은 반드시 따야 해’ 역설적이지만 마음이 이런 절박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결코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그런 당신의 모습과 상태를 모를 것 같은가? 얼굴에 줄줄이 쓰여있는데. 그러니 급할수록 돌아가라.


사랑하는 연인이 이별을 선언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아니면 나는 살 가치가 없어. 정말이야. 제발 떠나지마’ 이렇게 말하기 보다는 ‘그동안 즐거웠어. 잘 가. 하지만 넌 참 좋은 남자야’ 하고 말하는 것이 남자가 돌아올 확률(?)이 높지 않을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도 우리 삶과 협상의 일부가 아닌가.

그래서 정말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협상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협상을 즐길 줄 알아야 정말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않게 된다. 협상의 대상이 사소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것을 사소한 것으로 볼 줄 아는, 그래서 거기에 목숨을 걸지 않는 그런 마음가짐이 되어야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사소하지 않은 것을 사소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니 얼마나 모순되는가? 하지만, 그 모순이 정말 협상을 매혹적인 것으로 만든다.

협상을 즐길 줄 알아야 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한 번의 협상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모든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의 협상실패에 휘둘리거나 연연해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 그런가’ 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사랑을 얻을 수 있다. 한 번의 거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사업이 휘청거릴지라도 ‘아 그런가’ 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사업, 다음 거래를 준비할 수 있다.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은 사물을(협상의 결과를 혹은 협상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안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모든 사건과 일을 하나의 과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숨 걸지 말고,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고, 모든 것을 사소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 그게 협상을 잘하는 길이다. (협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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