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노무현 탓' 댓거리의 비용

머니투데이 김준형 온라인총괄부장 | 2006.07.25 09:22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글마다 빠지지 않고 달리곤 했던 댓글 제목이다.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는데서 시작했겠지만 나중에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에도 갖다 붙이는 '놀이'가 돼 버렸다.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눈물을 흘릴 지경에 이르기까지 노무현은 뭘하고 있었는가"라는 식이다. 얼마간은 웃음을 자아내는 패러디로 대접받았지만 이제는 이런 댓글 붙였다간 고조선 사람 취급받기 딱이다. 홍수피해를 계기로 불붙은 댐건설 논란은 이런 한물간 댓거리를 보는 느낌이다.

강원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대홍수가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 댐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중앙일보는 18일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이라는 기사를 발빠르게 1면 톱기사로 다뤘다. 환경전문기자가 쓴 이 기사는 '댐이 없어 남한강 수량이 조절되지 않아 영월주민이 물난리 공포를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 동아일보도 일제히 사설과 기사를 통해 한탄강 남강 남한강 같은 곳에 대규모
다목적 댐이 필요하다고 거들고 나섰다.

댐건설 필요성의 논지는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10년간 댐하나 건설하지 못한 나라'여서 물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환경주의자와 시민단체와 한편이 돼 있는 정부가 홍수의 주범으로 부상했다.

CBS가 19일 전국 유권자 318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7%가 댐건설이 환경보존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답했다. "사람이 위험에 처했는데 환경타령이냐"는 주장이 먹혀들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정작 '위험에 처한' 영월은 군수가 나서서 댐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자연환경에 이끌려 오는 사람들로부터 연간 3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해주고 있는 동강은 주민들에게 이미 생계의 터전이다. 뿐만 아니라 동강에 댐이 건설될 경우 유발지진과 천연동굴들을 통한 누수가능성 등으로 오히려 상시적 위험에 노출될수 있다는 점도 수년전부터 지적돼 왔다.


수도권 주민들의 안전은 어떨까. 저수량 7억톤짜리 동강댐이 건설돼도 한강 인도교 수위를 25센티미터 낮추는데 불과하다. 그런데 조선일보 사설은 "한강 인도교 수위도 25㎝ 낮아져 서울도 한결 안전해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5센티미터 수위를 낮춰 '한결'안전해지고자 2조원을 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한탄강 동강 어느 강도 실제로 범람한 곳이 없고, 집중호우로 인한 희생은 대부분 산사태와 계곡의 급류로 인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언론이 원인과 동떨어진 대책을 이구동성으로 들고 나온것은 '댐 하나 건설하지 못한 10년', 다시 말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들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한 환경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즉자적인 반감을 떼놓고서는 이해할수가 없다.

200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5개 대학 연구팀이 작성한 전문 연구조사 보고서는 동강지역에 13종의 천연기념물을 포함, 1838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댐을 건설할 경우 30~80%가 사라지게 된다. 돈으로 따져도 관광자원 훼손으로 인해 연간 1118억원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서는 결론짓고 있다. 홍수피해가 났다고 해서 수년간의 연구가 하루아침에 뒤집힐 일은 아니다.

댐은 더 이상의 수단이 없을 때 고려할 최후의 대안이다. 댐으로 인한 피해는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댐으로 인한 피해가 환경에만 해당되는건 아니다. 홍수이재민도 딱하지만 마을이 통째로 수몰돼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사람들도 기가막힐 노릇이다.

홍수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벗어야한다는 강박관념탓인지 기다렸다는 듯이 '다목적 댐 건설 검토'입장을 흘렸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는 듯하다. 논란을 야기했던 언론도 계면쩍었던지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참상을 보면 수백 개의 댐이 당장 더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릴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 제기만으로는 다목적댐 하나 짓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비용.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얽혀 있는 이해관계도 풀어야 한다"-중앙일보 21일자)

'모든게 노무현 탓'이라는 댓글놀음은 어설픈 편가르기와 전투적 화법, 미숙한 정책으로 '적'들을 확대재생산해온 노무현정부의 자업자득이 분명하다. 하지만, 댐건설은 댓글놀잇감이 아니다. 노무현정부와 환경·시민운동 단체를 향한 '습관적 댓거리'에 휘둘려 내 세금이 쓰일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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